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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기각" 경제만이 살 길이다
입력2004-05-14 10:44:02
수정
2004.05.14 10:44:02
탄핵 이후의 키 워드는 경제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한국 경제호'가 살 길을찾을 것인가.
헌법재판소가 14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함에 따라 그동안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재가가 필요했던 주요 정책의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우리 경제는 수출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근근이 버텨 왔으나 신용불량자와가계 부채 문제가 미처 정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고유가, 중국 쇼크, 미국 금리 인상가능성 등 해외 악재까지 겹치는 바람에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내수는 좀처럼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2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노 대통령이 업무 복귀는 다음달 제17대 개원 국회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산적한 현안들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표류하는 경제 리더십 필요 우리 경제는 고유가와 중국 쇼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트리플 악재로 허덕이고 있으나 노동자와 기업, 정치, 정부간 혼선으로 정책의 방향조차 제대로 못잡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당국과 경제주체인 기업은 하나 같이 국내외적인 불확실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는 데도 이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그 후유증이매우 크리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경제가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다 보니 자살, 강력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달 실업률은 3.4%로 8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으며 설비투자는 3월에 6.8%가 감소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업은 지난 3월의 매출이 1년 전보다 4.8%가 줄어 작년 2월 이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2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물은 전날보다 0.71달러가 오른배럴당 40.77달러까지 치솟아 198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 쇼크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적인 악재로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서는 성장과 분배, 개혁을 놓고 무엇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할 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며 재벌들의 출자총액한도와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축소 등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간에도 노골적으로 이견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서민들의 등골이 휘어지고 기업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다 보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종의 침체가지속되고 있고 통일되지 않는 정부 내 목소리들은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요즘 경제계에서는 경제 부처의 수장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경제 운용에 관한 전권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 부총리도 이와 관련, "지금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선장에 맡길 수밖에 없고 선장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풍지대여서 돛을 올려도 안되고 엔진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컨센서스를 이뤄야 한다"며 선장인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 주요 정책 현안 급물살 전망 노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 제일 먼저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는 국회의 대통령직 탄핵소추안이 기각됨으로써 오히려 국회를 장악하는 등지지 기반을 강화했고 대내외적인 신인도를 높여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통령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주요 경제정책 과제들'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중기재정계획 수립 △금융감독기구 개편 △공정거래법 개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추경 편성은 당정간의 이견이 큰 사안이지만 결국 당의 `뜻'대로 이뤄질 것으로보인다.
정부는 경제가 회복기에 있을 때 추경 편성은 경제 이론상 맞지 않으므로 6월까지는 재정의 조기 집행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7월 이후 성장과 고용 등의 경제지표를 본 뒤에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경제를 현 상태로 방치했다가는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추경을 편성해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추경에 대해 내놓고 동의하지는 않지만 여당이 워낙 강력히 추경을 추진하다 보니 추경 대상 사업들을 대략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중기재정계획은 올해부터 2008년까지 정부 살림살이를 담은 계획으로 이미 기본적인 골격은 갖춰진 상태여서 대통령의 재가만 받으면 확정된다.
국방과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교육, 농업 등에 대한 투자는 국가 운명을 결정짓는 주요 분야이므로 대통령의 심도 있는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늦어도 7~8월이면 중기재정계획은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들의이해가 상충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욱이 민간 기구인 금감원은 정부 기구인 금감위, 재경부 등과 합쳐지는 것에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재경부도 금융정책 분야만 따로 떼어내는데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재경부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정책과 감독기구가 별도 조직으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정치적인 역학구도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은 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입장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불협화음이 지속될 것으로보인다.
공정위는 일단 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하고 관련 부처의 의견에 들어가기로 한상태여서 앞으로 재경부와 공정위간의 힘겨루기가 관심사다.
이헌재 부총리는 "대통령 유고 상태에서 일상적인 정책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장기적인 운용에 있어서는 지장이 있는 게 사실이었는데 종지부를 찍게 돼 다행"이라고 밝히고 "몇몇 주요 정책들의 추진에 속도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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