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 서려고 지방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아닙니다. 경남은행 인수는 2% 부족한 중소기업 금융을 채우기 위한 기회라고 판단합니다."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은 15일 서울경제와 만나 "지방은행 매각흥행을 위해 국책은행이 총대를 멨다는 시각이 있는데 절대로 그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임기 3개월 앞두고 지방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오해의 시선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경남은행 인수는 과거 종합기획부장ㆍ도쿄지점장 등을 지낼 때부터 구상했던 것으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은행 발전의 기회를 지나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경남지역본부의 경우 수신잔액이 여신잔액에 비해 5조원가량 적어 자금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서울 본점에서 자금을 끌어다 썼는데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경남은행과의 출혈경쟁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조 행장의 계산이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경남은행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그는 "대구ㆍ부산ㆍ경남 지역을 방문했을 때 지역정서나 정치적 갈등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운 기업은행이 적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기업은행의 급여나 사원복지 수준이 높아 경남은행 직원들에 대한 상향평준화를 이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3년 투뱅크(Two Bank) 운영 후 통합'의 합병원칙도 세워놓았다.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가 민영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과 관련, 조 행장은 "이 부분이 끝까지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경남은행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기업은행도 결국 민영화돼야 하는데 경남은행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높여 민영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남은행 인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는 무리한 베팅에는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성평가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인수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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