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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임종룡호 1년, 그가 남긴 것

농협금융 상전벽해… '관피아≠절대악' 증명했다

소장펀드·방카 판매 줄지어 1위 올라

생명, 업계 2위로… 손보도 2계단 껑충

중앙회와 갈등 없애고 외연 확대·정교한 인사

관료DNA 탑재 민간금융CEO 성공사례로


지난해 6월 임종룡(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됐을 때만 해도 '모피아'라는 꼬리표 외에는 특색이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절대적 힘을 갖고 있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갈등 끝에 전임인 신동규 회장이 물러난 터라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농협의 특이한 지배구조와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과연 관료 출신의 이름만 바꾼다 해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가득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모피아 임종룡'을 바라보는 금융계의 시선은 확 달라졌다. "임 회장을 보면 결국 인사는 출신 성분이 아니라 인물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소 이르지만 관료의 DNA를 탑재한 민간 금융 최고경영자(CEO)의 성공사례라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관피아=절대악'이라는 사회적 등식이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1년 임 회장은 농협금융의 가장 큰 숙제였던 중앙회와의 관계 설정과 외연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았다. 중앙회장과의 관계에서 얽힌 볼썽사나운 잡음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우리투자증권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농협금융이 가장 취약했던 도시 금융과 투자은행(IB) 분야를 보강하는 인상적인 도약에 성공했다. 자산규모로만 따지면 290조2,000억원으로 당당히 '빅4 금융지주'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농협금융의 실적이 아직 개선되지 않은 만큼 임 회장의 성적표를 확정짓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42% 감소한 2,93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 1·4분기 순익도 30억원에 그치는 등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다른 금융지주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게 기업 금융을 확대했던 것이 아직 발목을 잡고 있지만 실상 감독 당국이 과도하게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요구하면서 순이익이 쪼그라든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현재 농협금융 계열사들의 모습이 고무적이다.

계열사 맏형인 농협은행은 올 들어 소득공제 장기펀드, 방카슈랑스 판매 1등을 줄지어 기록하면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가고 있다. 소장펀드의 경우 지난 4월까지 은행권 전체수탁액이 334억원인데 농협은행이 153억원(46%)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쓸어갔다.

농협생명은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삼성·한화·교보의 '빅3' 구도를 이미 깨뜨리고 있다. 3월 월납초회보험료에서 273억7,000만원을 기록, 한화생명을 제치고 삼성생명(317억2,000만원)의 뒤를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는 이변을 기록했다. 4,500개 단위조합이라는 막강한 인프라와 방카슈랑스로 쏠리는 보험유통채널의 변화를 등에 업고 생보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만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농협손보 역시 중형사들을 맹추격하며 손보 업계에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1·4분기 농협손보의 원수보험료는 9,701억원으로 롯데손보(7,935억원), 흥국화재(7,399억원)를 따돌리고 손보 업계 7위로 두 계단 도약했다.



여기에 조만간 우리투자증권이 농협증권과 통합되면 농협금융은 처음으로 업계 1위 계열사를 거느리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농협금융 계열사들의 이 같은 공격적 경영은 온화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임 회장은 지난 5월 우투증권이 삼성SDS 기업공개(IPO) 상장주관사 경쟁에 뛰어들 때도 직접 프레젠테이션 자리까지 참석해 지원사격에 나서며 합병을 앞둔 우투증권 직원들의 마음을 샀다. 직원들과의 담소를 거리낌 없이 즐기는 소탈한 금융지주 회장의 모습은 다소 촌스럽다고 평가 받는 농협금융의 분위기와도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 같은 리더십의 이면에는 농협금융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임 회장의 정교한 인사도 돋보이고 있다.

임 회장은 올해 농협은행의 정보보안 분야를 책임질 부행장급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OS)로 금융권 최고 전문가로 평가 받는 남승우 전 신한카드 본부장을 영입한 데 이어 정보유출 파문을 겪은 농협카드 사장으로는 신응환 전 삼성카드 부사장을 임명했다. 외부 출신 영입을 통해 농협금융 조직에도 긴장감을 주면서 모자란 전문성을 흡수했다. 신 사장은 이미 '독종'이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농협카드의 대대적 쇄신에 나서 기대치에 부합하고 있다.

1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임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농협은 다양한 업종이 뒤섞여 있는 거대한 조직으로 결코 다른 문화를 배척하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아니다"며 "금융계의 다양한 전문성을 농협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배워나가면서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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