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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는 어디갔나(사설)

김현철씨 비리의혹에 이어 92년 대선자금 의혹이 제기되어 온 나라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들끓고 있다.이성호씨가 김씨의 비자금 70억원을 관리해 왔으며 김기섭씨는 1백억원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92년 대선때 한보에서만 9백억원이 유입됐으며 엄청난 잔여금을 김씨가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확대되고 있다. 검찰이 이들 자금추적에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어디에 얼마를 숨겨 놓았는지, 비자금의 원적지는 어디인지 밝혀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금융실명제가 헛바퀴 돌고 있거나 실명제의 허점을 이용, 실명제망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실명제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다면 비자금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대선 잔여금도 세탁과정을 거쳐 은신할 수 없을 것이다. 문민정부는 실명제를 개혁중의 개혁이라고 자찬했다. 사정에 실명제는 유효한 수단이 되었다. 대통령은 검은 돈과는 무관하다는 이미지를 심으며 강도 높은 사정을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대통령은 실명제를 통해 개혁을 하는데 아들은 실명제를 비웃듯 했다. 비자금 관리인들이 대선 잔여금을 돈세탁한 후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기업에 숨겨 돈놀이를 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또 국책사업과 이권사업에 개입,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명제가 목적한대로 작동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명제가 정부의 주장대로 정착됐다면 비자금이나 대선잔여금의 실체는 금세 밝혀질 수 있다. 정부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노출이 실명제 덕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런 위력의 실명제가 한보비자금, 현철씨비자금, 대선잔여금 앞에서는 왜 무력한지, 실명제가 실패한 개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명제는 실시한지 3년8개월이 됐다. 이만한 연륜이면 지금쯤 부정부패가 척결되고 검은 돈과 연결된 정경유착이 단절되어 깨끗한 정치의 바탕이 다져지고 공평과세를 통해 경제 정의가 실현됐어야 마땅하다. 적어도 그런 가능성이라도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아직 비자금이 활개치고 돈세탁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한보비리사태에서 보듯 정치가 더욱 혼탁해지고 경제는 혼란에 빠져 있다. 실명제 실시때 우려했던 경제현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 줄고 과소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새 세계 최대 경상수지적자국이 됐다. 각계의 허리띠 졸라매기도 실명제 뒤치다꺼리나 다름없다. 자금흐름이 경직화한채 중기의 자금난은 예나 지금이나 풀릴줄 모른다. 비실명자금이 여전히 4조원이상 남아 있다. 사채시장은 더욱 번성하고 있다. 세금을 피해 숨어 다니는 지하경제규모가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뒤늦게 지하자금의 양성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역시 의문이다. 금리 또한 내려갈 줄을 모른다. 금리하향안정은 끝내 이루지 못할 꿈이 되어가고 있다. 공평과세는 여전히 말뿐이다. 요란스럽던 종합과세 대상자도 2만9천명에 그쳤다. 충격 완화를 위한 세법과 세정의 손질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렇다고 실명제 위반에 대한 처벌 또한 형평성이 없다. 미운 사람은 사정차원에서 엄하게, 예쁜 사람은 가볍게 처벌되는게 현실이다. 실명제를 이대로 운영하면 문민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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