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교육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올해보다 1조4,000억원 줄었다. 보육재정 지원이 축소된 일선 교육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1조8,594억원에 이르는 지방교육채 인수 카드다. 지난 2012년 3조원을 시작으로 내리 3년 세수결손이 발생한 재정당국이 지방교육채 인수재원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비밀은 이른바 중앙정부의 '쌈짓돈'으로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있다.
재정당국이 이렇게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각종 기금에서 돈을 빌려 쓰고 내는 이자비용이 내년 중 9조원에 육박한다. 경기불황과 내수부진에 따른 세수부족분을 급전으로 돌려막는 셈이다. 이 재원은 물론 국민이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12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기획재정부 소관 일반회계 세출 예산안 중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이자상환으로 책정된 예산은 8조9,993억원이다. 이 같은 액수는 내년 국세 총수입의 4%에 해당한다. 나라 살림의 적자행진이 시작된 2008년 이자비용은 3조641억원에 불과했다. 선거 때마다 복지공약 남발과 이에 따른 정부 재정지출로 나라 곳간이 고갈되다 보니 급전이라도 끌어다 쓴 결과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이란 쉽게 말해 나라 살림을 꾸리는 재정당국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일부를 회계처리를 통해 당겨 쓴 돈을 말한다. 이런 식으로 회계처리를 해 끌어다 쓴 금액이 지난해만도 24조5,000억원에 달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무려 172조원에 이른다. 잔액이 불어나다 보니 그만큼 이자비용도 덩달아 늘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재정당국이 '국계부(國計簿)'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법적 장치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최근 2015년도 기획재정부 소관 세입·세출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서 "정책당국이 재정준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환민 국회 기재위 수석 전문위원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제한하는 등의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국가 재정운용 계획의 중장기 재정운용 목표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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