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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이유 '혼인비자' 발급거부 파장
입력2006-03-21 14:41:51
수정
2006.03.21 14:41:51
국제관례.인권 추세와 어긋나..국내 인권단체들 비판 목소리<br>외교부 "비자발급은 주권 사항..종합 검토후 대책 마련 예정"
외교통상부가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여성들에게 에이즈 등 질병감염을 이유로 혼인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은 문제가 외교와 인권측면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국내 에이즈 확산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고육지책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관례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세계적인 인권보호 추세와 맞지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국 여성과 국제결혼을 앞둔 농촌총각들이나 이미 국제결혼을 해 가정을꾸리고 있는 기혼 부부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나오고 있다.
◇"선진국들, 에이즈 이유 혼인비자 발급 제한 없어" =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6∼12월 한국인과 결혼 후 혼인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은 베트남 여성 532명 중 69명이 질병 보유자이며, 이 중 2명이 에이즈 보균자로 나타나 질병 보유자69명에 대해 비자발급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면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이는 국제적으로 드물다.
질병관리본부가 선진 외국 사례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등은 에이즈 감염을 이유로 혼인비자 발급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호주는 설혹 배우자가 후천성면역결핍증(HIV)에 감염됐다하더라도 입국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인권을 보호하기위해서이다.
선진국들은 일단 자국에 입국시킨 뒤 상담과 치료 등을 통해 집중적인 관리를한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런 외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만 에이즈 등질병을 이유로 한국인과 혼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것은 외교 및 인권차원에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 중에서 연예.스포츠 활동 목적으로 90일 이상 장기 체류할 경우 반드시 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에이즈 감염자로 드러나면 입국불허 조치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국제결혼이나 여행목적의 한국방문일 때는 에이즈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있다.
◇ 국내 인권단체들 비판 목소리 = 국내 인권단체들은 에이즈 감염 등을 이유로베트남 여성들에게 혼인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처사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정부당국이 에이즈와 `가난한 나라'라는두가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만약 미국 여성이라면 비자발급을 거부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제인권 보호에 비춰볼 때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한국정부의 비자발급 불허조치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 관계자도 "국가마다 조금씩 관행이 다르긴 하지만,우리나라도 외국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제결혼의 경우 한국인이 원하면 외국 여성의 입국을 허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비자발급은 국가 주권 사항"..현명한 정책 선택 필요 = 국제결혼을 통한 해외 유입 에이즈 방지와 인권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질병감염을 이유로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 여성들에게 비자발급을 해주지 않는것은 인권보호 등의 측면에서 어떻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정책 선택이 요구된다.
외교통상부와 보건복지부는 일단 베트남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한 뒤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 대처방안을 수립,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외교부는 일단 비자발급은 한 국가의 주권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입국 신청을 낸 질병 감염자의 경우 앞으로도 비자발급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자발급에 무슨 국제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각국가의 주권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비자를 발급해주는 국가가 정책차원에서 비자발급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통한 질병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앞으로 결혼정보 업체와 여행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에이즈 예방 조치를 강구하도록 지도하고, 되도록이면 결혼 당사자끼리 건강 진단서를 교환하도록 계도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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