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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생활 영화인 많다
입력2002-02-19 00:00:00
수정
2002.02.19 00:00:00
영진위 조사, 빚더미…무보수작업…고용불안1억원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 다섯명의 한명은 무보수로 일한다. 1년에 세달은 일이 없어 집에서 쉰다.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 혜택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영화진흥위원회 연구보고서에서 나타난 점유율 50%를 바라보는 한국영화 현장 사람들의 살림살이다.
감독과 프로듀서는 물론, 미술과 의상, 촬영보조까지 다양한 직군의 영화인 1,85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영화만들기가 현장 영화인들에게 결코 판타지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을 낳은 사슬이 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알려준다.
풍성한 흥행잔치의 뒷전에 놓인 영화 노동자들은 평균적인 도시근로자들의 생활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 영화인들의 가구당 평균 부채규모가 대단하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54%가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평균 부채금액은 1억683만원에 달했다.
99년 통계청 가구소비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의 총부채액이 평균 697만원, 서울시의 경우 946만원이었다.
상당수의 종사자들이 급료를 받지 않고 있거나 급료라 하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다.
뜻밖에도 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하는 경우가 20.2%에 달했다. 이는 영화산업의 전문가 양성시스템이 전문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현장에서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전통과 관련된 것으로, 이런 관습탓에 급료가 없는 견습생들이 종사자들 중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나마 급료를 받는 영화인들 중에도 회사의 정규직 종사자는 19.6%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작품 편당에 따라 계약(49.8%)하거나 도급을 받는 도제식 팀의 조수(6.0%)로 일하는 등 고용조건이 상당히 불안한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작품당 계약제와 도급제의 경우, 최근 3년간 작품 건수와 근로기간 및 임금수준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99년의 경우 평균 작품건수는 3.1건, 평균 근로기간은 9.5개월, 건당 평균 계약금은 1,266만원정도다. 최고 계약금의 평균 액수는 1,371만원, 최저 계약금의 평균 액수는 878만원으로 나타났다.
임금 역시 월급이나 연봉보다는 '편당 얼마'하는 식으로 받는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작품이 없을 경우에는 직업을 갖지 못해 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영화인 대부분에게 연중 실업기간이 상존하며, 최근 3년간 상황으로 볼 때 연중 실업기간이 평균 2.5개월에서 4.5개월로 나타나 고용의 분안정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의 비율은 24.9%에 불과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율 역시 18.29%에 그쳐 실직했을 경우 생계 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실직 급여가 있다는 것을 아예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60.1%에 달했다.
비정규직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는 당연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영화인들은 촬영현장이 대체로 재해의 위험이 높다고 인식(42.8%)하고 있지만 산업재해 보험에 가입한 영화인은 12.3%에 머물러 작업 도중 부상하거나 사망했을 경우에 대한 대비가 극히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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