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미얀마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처녀지와 다름없는 신흥시장이자 '자원의 보고'인 미얀마가 글로벌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특히 그동안 서방국가의 경제제재와 폐쇄경제 때문에 진출 리스크가 상당히 컸는데 조만간 경제제재 해제 조치로 시장이 개방될 경우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판단도 기업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제제재 때문에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미얀마에 투자를 하려고 들지 않았다"면서 "제제가 해제되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유리해지고 무역 거래량이 많아져 이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30일로 예정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서방국가의 미얀마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미얀마 경제가 개방되면 건축용 철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아연도금강판 공장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미얀마에 풍부하게 매장된 철광석ㆍ니켈 등 광물자원을 개발해 원료자급률을 높이고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와 함께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의 현지 파트너로 미얀마 정부가 해외 기업의 투자를 돕기 위해 설립한 지주회사인 UMEHL사는 포스코가 미얀마 투자를 늘릴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는 그동안 경제제재 조치로 경제발전이 지연돼왔으나 제재가 해제될 경우 경제개방이 급속도로 진행돼 포스트 차이나 투자 지역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그룹도 지난 6월 김승연 회장의 방문을 계기로 미얀마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 회장은 당시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방문일정에 미얀마를 특별히 포함시켰다. 김 회장이 동남아 방문기간 미얀마를 함께 둘러본 것은 현지의 자원개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한화그룹은 전했다. 한화는 김 회장의 높은 관심 속에 양곤 지역의 심해항구와 다웨이 산업지구 개발 등 인도차이나 반도 가운데 미얀마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발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웨이 특별경제구역, 심해항구 개발 프로젝트는 미얀마 정부가 총 580억달러를 투입해 내년부터 10년간 심해항구를 개발하고 태국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화는 또 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농장과 고무농장을 비롯해 현지 광물자원에 대한 개발 가능성을 미얀마 정부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통신 인프라와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SK그룹도 미얀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차세대 통신사업과 석유ㆍ석탄ㆍ천연고무 등 자원개발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SK는 미얀마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SK텔레콤은 오는 4월부터 미얀마에 대한 와이브로 서비스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수출 규모는 약 500만~600만달러로 와이브로 네트워크 장비와 운영시스템 등 제반 인프라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또 미얀마 심해항구 개발사업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상사도 미얀마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미 1990년대 초반 경제제재 이전에 진출해 무역 사업을 시작한 대우인터내셔널을 필두로 삼성물산ㆍLG상사 등 다른 종합상사도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미 미얀마에서 대규모 가스전 등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경제제재 해제 이후 출장 등 여객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출장 수요 등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 및 관광객 수요 증가 추이를 지켜보며 적정 수준에 이를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여객 노선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진출 기업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섬유 업체도 경제제재 해제 이후 사업 확장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조치만 풀리면 미얀마는 임금 수준이 낮고 노동력이 풍부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