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히거나 실패했을 때 누구나 다들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핑계가 '내가 십 년만 더 젊었더라면…' 이다. 이 한 마디는 나이를 이유로 도전을 회피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핑계가 되어줄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과 같은 100세 시대에는 자칫 구차한 변명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
평균수명이 70세 정도이던 시절 같았으면 환갑이 넘은 사람은 일을 좀 하고 싶어도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생활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길어봐야 10년 남짓 남은 인생인데 아등바등 살아갈 이유가 별로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100세 수명 관점에서 본다면 환갑이 되어도 자그마치 40년이라는 세월이 고스란히 남는다. 살아온 시간이나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나 별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나이를 이유로 남은 기나긴 인생을 대충 살다가 가버릴 것인가? 누구도 그러겠다고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다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흔히 '반 잔의 물'을 가지고 '반 잔 밖에 남지 않았다'는 부정적 심리와 '반 잔이나 남았네'하는 긍정적 심리로 비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이도 이러한 관점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온 시간을 기준으로 바라보던 나이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남겨진 시간을 기준으로 본다면 어떠한 도전을 시작하더라도 두려움이 훨씬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나이 벌써 50인데 이제와서 뭘 배울 수 있겠어'가 아니라 '아직 50년이나 남았는데, 뭘 배워보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20세기 첼로의 거장으로 불리는 '파블로 카잘스'는 90세가 넘어서도 "나는 지금도 매일 성장해 가고 있는 것 같소"라고 말하며 하루 6시간씩 첼로 연습을 했다. '빅토르 위고'가 유명한 '레미제라블'을 발표한 나이가 60세였고, 커넬 샌더스'가 후라이드 치킨으로 유명한 KFC를 '창업한 나이는 65세 되던 해였다. 여성들의 로망인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샤넬'의 '코코샤넬'이 패션계를 평정한 나이도 71세 시점이었다. 과연 이들이 나이를 핑계를 대면서 살았다면 이러한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을까.
바꿔서 생각해보면 100세 시대는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시대가 아니라 '젊음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남은 인생이 충분한 만큼 매사에 지금보다 최소한 10년은 젊다고 생각하고 임해도 괜찮은 것이다. 젊은 시절의 열정을 찾아내어 지금 가진 경륜과 합쳐진다면 오히려 훨씬 더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도 남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다행히 요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젊은 30~40대들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소극적으로 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100세 시대는 시니어 세대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모두가 10년 정도는 더 젊은 마음으로 활기찬 100세 시대를 살아가 보자./김진웅 우리투자증권(005940)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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