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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잇단 잠적ㆍ자살
입력2003-11-13 00:00:00
수정
2003.11.13 00:00:00
고광본 기자
정부가 오는 17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 집중단속에 돌입키로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단속을 우려해 많은 노동자들이 출국했지만 잠적하는 노동자들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거 의존했던 3D업종 공장에선 인력난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도피하는 외국 노동자들= 정부는 오는 17일부터 내년 6월까지 집중 단속키로 한 외국인은 미등록 불법체류자 3만여명과 4년 이상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8만 여명 등 모두 11만여명이다.
그러나 입국 수속비로 브로커에게 1,000만원 이상을 주며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해 몇몇이 은신처를 마련하거나 지방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있다. 최근에는 2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A모(31)씨는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했고 기술도 좋은데 왜 쫓아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이춘섭 관장은 “사업주들도 이들을 떠안고 가다 단속에 걸리면 같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출국행렬도 크게 늘어= 13일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출국자는 2~3일 전부터 하루 평균 800여명을 넘어서 지난 9월초부터 이달 11일까지 출국자가 1만7,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천용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목사는 “숙련공은 모두 내보내고 초보자만 받아들이게 됐다”며 “고용허가제가 성공하려면 국내에 있는 모든 외국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3D업체 인력난으로 울상= 외국인들의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불법체류 근로자들을 많이 고용했던 3D업종 업주들은 인력난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반월ㆍ시화공단의 H산업 사장 이모(42)씨는 “종업원 10명 가운데 5명이 불법체류 외국인인데 이들이 공장을 모두 떠나야 하기 때문에 16일부터는 공장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며 “내국인은 고사하고 4년 미만 외국인들도 구할 수 없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기 구로고용안정센터장은 “임시등록을 마친 2,600명중 지금까지 900여명이 직장을 구한 뒤 고용확인서 발급을 받았다”며 “나머지 1,700여명도 직장을 구해야 하지만 중국동포들이 종사하는 업종 자체가 일용직이나 건설인부 등이라 경기침체기에 겨울이 되다 보니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외국인들에게 방을 임대했던 안산시 원곡동, 선부동 일대 100여개 고시원이나 인근 다세대ㆍ다가구 주택 주인들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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