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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시위와 한미관계

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두 여중생의 사망과 이에 따른 반미시위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연일 촛불시위대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미군의 야간외출은 금지되고 있다. 80년대 일부 과격한 운동권 대학생들이 반미시위를 주도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반미열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촛불시위대의 요구는 SOFA개정, 부시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 미군철수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일반론적으로 말해 시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표출과 국민참여의 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 촛불행렬도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시위대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결국 격렬한 반미시위로 변질된 부분은 일반론으로 정당화되기에는 한반도의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다.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을 앞두고 세계를 아군과 적으로 나누려 하고,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대립은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격한 반미운동은 자칫 우리 모두를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아닌가 걱정스럽다. 진정 우리 민족의 행복한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반미시위는 우리의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한미간의 문화적 이질감, 사고방식의 차이, 상이한 사법체계 등을 깊이 파헤치고 이성과 합리성에 기초해 우리가 주장하는 대등한 한미관계를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미국대통령이 대변인성명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흥분, 증오와 폭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성조기 소각, 미국대통령의 인형에 대한 화형식 등은 되레 한미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은 6.25와 그 후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았고,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금과 시장을 제공한 나라다. 지금도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지탱해주는 세계에서 가장 소중하고 굳건한 우방인 것이다. 반미시위로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그럴 리는 없으리라고 생각되지만) 미군철수가 눈앞의 현실로 닥칠 경우다. 주한미군철수는 안보에 대한 불안감 조성으로 미국인의 대한투자 철수로 이어질 것이며, 이것이 유럽, 일본 등의 투자철수로 확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미군철수는 한국의 국가리스크를 높여 국가신용등급의 하향을 가져올 것이며, 이것은 증시폭락, 기업도산, 대량실업 등 제2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주둔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편함과 고통만을 꼬집는 것은 너무 과도한 반응이 아닐까. 한미 양국 국민간 감정이 악화되고 마찰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더욱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미국은 우리 나라 제1의 경제교류국가로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미미하다. 우리 나라 대표산업인 자동차의 경우, 2001년에 우리는 66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한 반면 한국의 외제자동차 전체수입대수는 7,000대에 그쳤다. 이제 우리는 미국과 대등한 통상관계를 유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9.11 테러사태후 민감해진 미국내 여론을 감안할 때, 한국의 폭력적인 반미시위가 미국민에게 가져다 줄 충격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상품 불매운동에 대응해 미국에서도 한국산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어진다면 우리 수출주도형 경제는 어찌될 것인지도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과격한 반미운동과 이의 확산은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대내외 정세를 감안할 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떠난 경제적 공백을 어느 나라가 대신 메울 수 있을까. 반미는 곧 세계화를 거부하고 고립과 폐쇄의 길로 나아감을 의미하며 이것은 곧 지금의 경제적 풍요와 표출된 자신감을 가져온 우리의 개방적 경제정책의 기조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이고 대등한 한미관계의 구축을 위해서도 과격한 반미시위는 자제해야 하며,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숙한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완순(金完淳) 외국인투자옴부즈만 사무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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