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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신탁의 자산관리기능 재발견

장석환 금융투자협회 신탁지원실장


신탁(Trust)이란 믿을 신(信), 맡길 탁(託)이라는 문자 그대로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믿고 무엇인가를 맡기는 법률 관계를 말한다. 즉 어떤 사람이 일정한 목적을 위해 자기가 가진 재산의 소유권을 누군가에게 넘기고 재산 관리·운용을 맡기는 것이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일반 개인이나 법인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신탁을 영업으로 하는 제도권 금융회사인 신탁회사다. 은행·증권·보험·부동산신탁회사 등 58개사가 신탁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신탁회사의 수탁재산은 약 529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외형에도 불구하고 신탁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일본의 일례를 들어보자. 일본대학에서 신탁법을 강의하는 일본의 한 저명한 신탁학자는 매 학기 초에 신탁법을 강의하기에 앞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늘 같은 대답을 한다고 한다. 은행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학생이 손을 든다. 다음으로 증권업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면 3분의2 정도 되는 학생이 손을 든다. 그러면 보험업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면 약 3분의1 정도 되는 학생이 손을 든다. 마지막으로 신탁업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손을 들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아직 많은 투자자가 신탁을 어렵고 낯설게 느끼는 것 같다.

사실 신탁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알고 보면 쉽고 유익한 법률제도이자 자산관리수단이다. 대표적으로 노후 준비자산인 퇴직연금신탁과 연금신탁 자산이 신탁을 통해 관리·운용된다. 또 부동산신탁은 부동산의 개발·관리, 상가의 사기분양 방지를 위한 상가 등 건축물 선분양시 이용되고 담보제공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제도의 유연성에 있다. 신탁이라는 항아리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훌륭한 자산관리수단이 될 수도 있고 유언·상속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굳이 돈 많은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중산층 이상의 투자자라면 자신 상황에 맞게 원하는 방식대로 자신만의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한 투자수단이 신탁이다. 최근에는 고령화 시대의 도래에 따라 신탁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정금전신탁 이외에도 투자자 생전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사후 자산관리까지도 설계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이 출시되고 있다. 또 장애인신탁을 활용해 부모의 부양능력 상실 이후에도 장애인 자녀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신탁제도의 근간인 신탁법이 약 50년 만에 전면 개정돼 2012년 7월부터 새로운 신탁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신탁업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은 개정이 지연되고 있어 개정 신탁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탁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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