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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파노라마] 스위스 은행들 공격경영 가속화
입력1999-02-26 00:00:00
수정
1999.02.26 00:00:00
홀로코스트 악령에 시달려온 스위스 은행들이 이미지 변신에 부심하고 있다.스위스 쥐리히는 유럽에서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와 어깨를 견주는 큰 국제 금융센터지만 최근 스위스 금융계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독일 나치시절 희생된 홀로코스트 유족들에게 12억5,000만달러를 지급키로 결정, 과거사를 사죄한데 이어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지난해 막대한 적자를 내기까지 했다. 때문에 리스크 관리능력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스위스 은행들의 자존심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진짜 걱정거리는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보장법에 대한 국내외 공세다. 외국 정부는 물론, 자국의 카를라 델 폰테 연방검사가 앞장서 이를 문제삼고 있다. 스위스 은행들의 최대 강점으로 여겨졌던 고객에 대한 비밀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문제는 스위스가 더이상 세금 피난처가 아니라는 인식이 유럽 투자자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상당기간 물가, 통화, 정치 안정을 실현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은행들도 스위스 은행만큼이나 자금 관리에도 능숙해졌다. 반면에 스위스는 EU 가입후 그나마 유지하던 은행들의 비밀주의 관행과 세금특혜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조세 단일화, 이자세 등과 관련한 EU 차원의 협상이 진행될수록 유럽 투자가들은 스위스 은행내 계좌를 없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경영환경이 이처럼 급변하자 스위스 은행들은 뒤늦게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의 국가 이미지를 근사하게 포장하기 위해 최근 시작한 「스위질랜드 플러스」캠페인은 대표적인 전략. 유로 금융시장과 스위스 시장의 양립 가능성을 강조,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보다 더 많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이 캠패인은 강조하고 있다.
홍보전을 강화하는 정도로밖에 비춰지지 않지만 사실 이 캠페인은 세계적 회계법인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사(PWC)의 컨설팅까지 받은 치밀한 전략의 일부다. PWC는 대형 은행들의 경우 결국 회사 명성이 신규고객 유인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스위스 은행들을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재무장시켰다.
이 전략에 따라 스위스 대형은행들은 합병 등 공격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BS는 50억 스위스프랑(35억달러)의 인수자금을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인 프라이빗 뱅킹부문에 투입키로 했다. 프라이빗 뱅킹은 거부(巨富)나 명문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업. 현재 6조달러 정도인 유럽의 브라이빗 뱅킹 시장이 향후 10년내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다른 초대형 은행 크레디 스위스는 해외사업을 확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은행은 이번 주 6억5,000만달러를 들여, 부유한 투자자들을 주고객으로 갖고 있는 미국의 워버그 핀쿠스 어셋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소형 은행들은 상황이 다르다. 오랜 인간관계를 무기로 이들 은행은 한때 전세계 갑부들의 역외자산중 3분의1을 관리했었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내에 이들 자산의 상당액이 높은 투자수익을 제공하는 투자은행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PWC의 전망이다.
스위스 은행들이 고객의 비밀보장이라는 구시대적 영업전략 대신 높은 투자수익을 안겨주는 투자은행으로 변모할지 주목된다. 【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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