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헤지펀드의 환투기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에 주기로 했던 외환 관련 검사권이 논란 끝에 은행은 한은이 직접 금융감독원의 검사에 참여하는 ‘공동검사 참여 요구권’으로, 나머지 금융기관은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검사 요구권’을 주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금감원과 한은의 입장에 접점을 찾기 위해 ‘쌍두 체제’를 선택했지만 금융기관들로서는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형국이 됐다. 또 불법적인 환투기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경제부 등 8개 기관이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재경부와 한은ㆍ금감원이 실시간으로 외환거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전산망을 확충하기로 했다. 21일 재경부와 한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에 따른 보완 대책’을 마련, 이번주 안에 관계부처간 최종 협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 ◇한은 단독 검사권 물거품=이번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간 마지막까지 대립했던 것이 외환거래에 대한 감시ㆍ감독권을 어디에 주는 것이냐였다. 주무당국인 금감원과 한은이 질긴 샅바싸움을 벌여왔고 재경부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 외환당국의 한 축인 한은은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할 경우 신속한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한은에 단독 검사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금감원은 “한은에 검사권을 한번 떼주기 시작하면 검사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검사권의 범위를 놓고도 대립각을 곧추 세웠다. 한은은 외환거래의 경우 전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인 반면 재경부와 금감원 등은 설령 검사에 참여하더라도 한은법에 따라 은행만으로 국한시키겠다고 맞서왔다. 이처럼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정부는 은행 부문은 공동검사참여요구권을, 여타 금융기관은 검사요구권을 주기로 최종 결론을 냈다. 공동검사참여요구권은 한은이 능동적으로 검사에 나설 수 있는 반면 검사요구권은 제3자적 위치에서 검사에 참여하는 제한적 역할만을 맡게 된다. 외환거래 감독권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있는 만큼 한은의 입장을 모두 들어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양쪽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지만 단독 검사권을 꿈꿔왔던 한은으로서는 불만이 튀어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8개 기관 공동협의체 구성=투기적 외환거래의 검사 강화와 함께 정부가 신경을 쓴 장치가 모니터링의 강화다. 자본거래 16개 항목에 대한 허가제가 내년부터 신고제로 전환됨에 따라 불법ㆍ편법적 투기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98년 외환시장 자유화를 시행한 홍콩과 말레이시아 등은 단기 투기성 자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모니터링 방안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의 두 가지로 분류, 마련했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재경부와 한은ㆍ금감원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볼 수 있는 외환 전산망을 만들어 실시간 감시하도록 했다. 이른바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3개 기관 외에 국세청ㆍ관세청ㆍ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총 8개 기관이 감독기관 협의체를 만들어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환투기를 적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밖에 원화의 차입 용도ㆍ목적 등을 신고서류에 분명히 명시하도록 하고 신고내용과 다르게 투기적 거래를 할 경우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거래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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