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석유의 정치경제학] 석유의존도 높은 세계경제, 유가 등락에 '一喜一悲' 이규진기자 sky@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유가는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유가상승이 큰 부담이다.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1ㆍ2차 오일쇼크다. 지난 1979년 말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촉발된 2차 오일쇼크 때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었고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리비아 등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국제원유 가격(브렌트유ㆍ두바이유)이 100달러선을 넘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ㆍ쿠웨이트로 확산되면 원유 생산에 문제가 생겨 원유 공급이 줄고 이는 '제3차 오일쇼크'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당장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휘발유 등 수송용 기름값이 많이 올라 서민경제에 큰 주름살이 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원유는 플라스틱ㆍ섬유 등 각종 석유화학제품 등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유가상승은 바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유류비의 상승은 또 생산공장과 물류기업들의 비용을 높여 제품 및 서비스가격을 밀어올린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생산원가가 따라 높아져 한국경제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겪게 된다. 정부가 물가인상률 3%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물가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유가상승이 지속되면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생활물가가 더 오르면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노사분쟁도 빈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유가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은 구매력을 떨어뜨려 경기를 침체시킨다. 급격한 원가상승을 감내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어 경제성장에 타격이 된다. 당장 외화를 들여 석유를 사와야 하는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악화도 큰 걱정이다. 한국은 매년 약 9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배럴당 10달러가 오르면 연간 90억달러를 더 써야 한다. 160억달러인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항공ㆍ해운ㆍ육운 등 물류업계는 유류비 절감을 위해 노선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일이 발생한다. 2008년 유가가 치솟자 대한항공의 유류비 비중은 매출액의 34%에서 49%까지 치솟았다. 기름값 급등은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해 신차 구입 감소로 이어진다. 휘발유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8월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8만916대로 전년 동월 9만9,508대 대비 18.7% 감소했다. 전자ㆍ철강ㆍ기계ㆍ섬유ㆍ식품 등 다른 업종들도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원자재가격은 물론 공장운영ㆍ물류비 등이 따라 상승해 전반적으로 생산원가가 높아지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정제마진이 늘어나는 정유업종과 해양 유전개발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종, 태양광ㆍ풍력 등 대체에너지산업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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