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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살생부와 기업/이기형 정경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1997-12-31 00:00:00
수정
1997.12.31 00:00:00
이기형 기자
요즘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기업들은 하루하루 부도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우리나를 대표하는 상장기업중 3분의 1가량이 부도처리 된다는 험악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은행들은 왜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는가.또 이를 해결할 수 이쓴 방안은 무엇인가.피해를 최소화하는 해결방안은 의외로 하나뿐이라는 지적이 많다.정부가 은행들에 대한 살생부를 가능한한 이른 시일내에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창열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그동안 여러차례 은행장간담회를 갖고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달라고 당부해왔다.강압적인 자세로 윽박지르기도 했고 살살 달래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은행창구는 꼭 닫혀있다.사실 임부통리나 은행장들 모두 이같은 당부가 효과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난 26일 은행장회의에서 모 은행장은 「대출을 늘리자고 결의하기에 앞서 왜 대출이 일어나지 않는가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해보자」고 모처럼 말을 껴냈지만 무거운 침묵의 반응만 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또다른 은행장은 부총리에게 내년 3월말까지 은행권에 발생할 변수와 이에대한 대책을 물었다.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릴 수 없는 이유가 내년 3월말 국제 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준수여부에 개별은행의 사활이 걸렸기 때문임을 함축한 지적이었다.이에 대해서도 임부총리는 또다른 침묵으로 대응했을 뿐이란다.
실제로 은행들은 내년 3월말까지 닥칠 일련의 변화에 대해 엄청난 공포감을 갖고 있다.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자체의 미래를 전혀 점칠수 없는 상황에서 은행이 거래기업의 생사에 「강건너 불보득」해선 안된다고 꾸짖기만 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한가지밖에 없다.놀랍게도 금융계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하루빨리 개별은행의 생사를 결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차라리 서둘러 옥석을 가려내는게 은행들의 기업대출을 늘리고 기업을 살리는 첩경이라는 지적이다.이 길은 궁극적으로 은행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
어느 시점까지 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도록 채근하고 이를 달성치 못하는 은행은 문을 닫겠다는 정부방침은 그때까지는 대출회수와 기업부도를 방치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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