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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은 금융자본에 의해 망한 것이며 김우중 전 회장은 국가발전을 염두에 둔 진정한 민족주의자인 만큼 23조원의 추징금은 완전 무효입니다."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이 담긴 책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펴낸 신장섭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우그룹은 수출금융 16조원이 막힌 것과 은행의 대출금 3조원 회수 등을 근거로 금융자본 극성기에 금융자본에 의해 망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 교수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금도 '완전 무효'라고 강변했다. 그는 "사실 책이 지난해 8월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일명 '김우중법'으로 불리는 추징법안 때문에 (출간이) 1년 늦어졌다"며 "책에도 추징금이 완전 무효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김우중법'을 만들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 기업가를 3번 죽였다고 생각하는데 대우의 몰락이 첫 번째고 재판을 받으며 징역형과 23조원을 추징 받은 게 두 번째"라며 "희생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부관참시"라고 주장했다. '김우중법'은 고액 추징금 미납자가 타인 명의로 숨긴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관련법 개정안이 추진됐었다. 이를 통해 김 전 회장을 3번 죽였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을 따라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논리 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관료들이 어떤 목적으로 대우만을 골라 기획해체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중화학공업을 위주로 해 부채비율을 조정하기가 어려웠던 곳이 대우와 현대였다"며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신 교수는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강봉균 전 경제수석에 대해 공개질의도 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는 구조조정론만을 강요한 게 합당했는지와 근거도 없는 부채비율 200%를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한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았는지 물었다. 대우차의 제너럴모터스(GM) 투자유치 협상이 깨졌다고 한 것과 대우차의 기술력이 없다고 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답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김 전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비즈니스맨인데도 국가와 민족 공동체 이야기를 계속해 놀랐다"며 "그는 진정한 민족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에서는 이상하게 IMF 금융위기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갖고 있는데 스티브 잡스도 위대하지만 한국 젊은이에게는 김우중과 정주영처럼 한국에 뿌리를 두고 세계에 나가 성공한 기업인에게 배울 점이 더 많다"며 "잡스에게는 열광하고 김우중은 부실기업인으로 낙인을 찍는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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