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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서 인공위성 발사하기(해외과학가 산책)
입력1996-12-27 00:00:00
수정
1996.12.27 00:00:00
허두영 기자
지난 3월 캘리포니아 해변을 따라 날던 미국 록히드의 제트기 「트리스타」는 미사일처럼 길고, 짧은 날개를 가진 물체를 발사했다. 이 물체는 발사되자마자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하늘로 올라갔다. 땅 위의 어떤 목표를 명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늘 위에 어떤 물체를 띄워 놓기 위해서다.이 물체는 탄두를 싣고 있는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싣고 있는 로켓이다. 이 로켓은 3단계 점화를 거쳐 마하 25까지 계속 가속하여 공군의 인공위성을 11분만에 궤도에 올려 놓았다.
비행기에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페가서스」방식은 공중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지상 발사시설이 필요없고 로켓에 싣는 연료의 양을 줄일 수 있으며 비용도 4백50㎏ 이하의 위성을 쏘는 경우 지상 발사방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81년 「컬럼비아」를 시작으로 「챌린저」, 「디스커버리」 등 발사 비용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들이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잡아먹는다고 판단, 최근 「페가서스」방식의 발사체를 개발키로 했다.
이를 위해 NASA는 5천만달러를 들여 최근 「페가서스」방식의 발사기술을 갖고 있는 오비털 사이언스사와 공동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공중 발사방식의 시험용 발사체 「X34」를 개발, 오는 98년 뉴멕시코사 화이트샌드 기지에서 발사키로 했다.
「X34」는 고도 80㎞까지 올라가 마하 8의 속도로 날면서 각종 공중 발사기술을 시험한 뒤 기지로 내려와 24시간 이내에 다시 이륙할 수 있다. 마하 8은 인공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하는 속도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X34」의 몸체는 대기권 재진입용으로 제작된다.
이를 위해 「X34」는 내년 7월 발사될 화성 탐사위성인 「패스파인더」에 사용된 SIRCA(Silicone Impregnated Reusable Ceramic Ablator)라는 내열 타일을 갑옷처럼 두르게 된다.
이 타일은 그 자체가 내열성이 높은데다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실리콘 수지가 산소와 반응하면서 내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새로운 열 장벽을 만들어 타일에 미치는 열을 표면에서 막아주기 때문에 1천3백℃의 온도에서 25번 정도 재사용할 수 있다.
이 때 대기중에 떠있는 아주 작은 입자라도 타일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마하 8(초속 2.7㎞)이면 공기중의 작은 물방울도 모래 분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래처럼 발사체의 표면을 마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타일은 광섬유 복합재료로 되어있기 때문에 고온에서 유리성분이 녹아나와 작은 입자들이 발사체의 표면에 긁은 상처들을 메우는 자기복구 재료(Selfrepair Material)다. 이 타일은 현재 마하 8의 속도와 1천3백℃의 온도에서 15번 이상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실험을 견뎌냈다.
무인발사체인 「X34」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위치확인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을 동원하여 운항과 착륙을 정확하게 유도해야 한다. 초음속용으로 설계된 「X―34」를 저속에서 리모컨에서 작동하는 모형 비행기처럼 사뿐하게 착륙시키는 것도 대단한 모험이다.
이를 위해서는 속도와 고도를 알려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X34」의 고민은 보통 비행기처럼 공기의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를 바깥에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열 타일을 두루지 않으면 마하 8의 속도에서 타버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해법은 내열 타일에 지름이 1㎜보다 가는 아주 작은 구멍을 24개 뚫고 그 깊숙히 센서를 장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뜨거워진 외부의 공기가 그 구멍을 통해 들어오면서 충분히 냉각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갖은 첨단기술을 동원한 「X34」가 우주왕복선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X34」는 「착륙장치를 가진 미사일」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워싱턴에서/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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