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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늪이 길어지다 보니 가구도 보급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과거 수백만원대의 옷장이 주류를 이뤘다면 이제는 경기 부진에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99만원대 제품이 대세가 됐다. 15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99만원9,000원(3,150mm 기준)에 판매되는 한샘의 신혼가구 브랜드 듀스페이스 옷장은 지난 9월 2,000세트, 10월 2,300세트가 판매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2,300세트면 약 25억원의 판매를 기록한 것이다. 혼수용품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가구가 침실가구이고, 그 중 가장 핵심이 옷장이다. 대체로 월 500세트 이상이면 히트제품, 700~800세트면 베스트셀러로 불린다. 한샘 관계자는 "지난 10월 예비신혼부부의 10%이상이 듀스페이스 옷장을 구매했다"며 "내년에는 월 1만 세트까지 끌어올려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이 찾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듀스페이스 옷장은 옷장 내부에 다양한 물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납용 액세서리 '스마트박스'를 설치해 수납기능을 강화했다. 기존의 옷장은 내부를 구획별로 정리해 이불, 긴 옷, 짧은 옷, 서랍, 양말, 속옷 등을 수납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갖고 있지만 스마트박스는 효율적인 수납뿐 아니라 넣어 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에몬스가구가 99만8,000원에 내놓은 비앙카 장롱도 반응이 뜨겁다. 제품 가격은 김경수 에몬스가구 회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이 제품은 심플한 면분할의 디자인적 특징과 허리를 두르고 있는 고급스러운 티크 무늬결의 시각적인 안정감은 오래 두고 봐도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과 편안함을 준다. 기존 키 큰 장보다 길어진 사이즈는 수납공간의 활용도를 더욱 높였다. 또 마스터 수납박스를 장롱 내부에 설치해 다양한 물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 역시 입체적으로 수납할 수 있어 효율성과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이처럼 99만원대의 옷장들은 '싼게 비지떡'이 아니라 디자인과 기능성이 뛰어나다. 자재의 대량 구매와 생산공정의 효율화를 통해 원가를 개선하고 마진을 최소화해 소위 '착한 가격'을 만들게 됐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100만원대 중반 가격의 옷장 중심에서 99만원대로 트렌드가 바뀐 것은 먹고 살기 어려운 경제환경에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품질 자체도 훌륭하기 때문에 롱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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