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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금융안정 대책’ 불구 동요/환율상승 기대감 팽배 여전

◎8월 무역수지 예상외 악화로 급등세/투기목적 가수요까지 일어 혼란가중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은 당국의 대책이 발표된 지난 25일 사상처음으로 가뿐히 달러당 9백원선을 넘어섰고 26일에는 개장초부터 급등하기 시작, 장중 한 때 9백10원선을 넘보기도 했다. 단기급등에 대한 경계심리와 당국의 시장개입으로 급등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외환시장 내부에는 환율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팽배해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직접적으로 환율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주식투자 한도확대 등으로 80억달러 가량의 외화가 유입되도록 한다는 방침이 액면 그대로 현실화된다는 가정하에서는 이같은 환율급등 현상이 다소 의아할 수 밖에 없다. 경상수지 부문에서 적자기조가 지속되더라도 자본수지쪽에서 외화유입이 늘게 되면 원화가치의 안정, 혹은 절상까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가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환율이 우리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도 고평가됐다는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이 8백90원선에서 안정기조를 보이다가 최근들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던 8월중 무역수지가 예상외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당초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8월중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환율이 8백90원선에서 안정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지난 25일까지 통관기준 수출입차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20억8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개선을 통한 환율안정의 기대가 일시에 무너진 것이다. 여기에 기아사태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화차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화 부족현상이 심화된 것도 불안심리를 증폭시켰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부 금융기관들은 외화자금 결제를 위해 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입함으로써 환율급등을 부채질했다. 외환당국의 환율안정화 의지가 예전같지 않았던 점도 외환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는게 외환딜러들의 지적이다. 올 상반기 환율이 급등할 때만 하더라도 외환당국의 직·간접적인 시장개입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그 강도가 현저하게 약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요인들이 환율상승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는게 외환시장 주변의 시각이다. 외환딜러들은 우리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사태 등으로 경제기반이 크게 취약해져 있고 경상수지의 개선조짐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화환율이 떨어지기(평가절상)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한 원화도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외환당국의 강한 의지로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이 8백90원선에서 지속적인 안정세를 보였던 것이 오히려 환율급등을 위한 잠재적 폭발력을 축적한 과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의 환율급등이 다시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월말임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에는 수출네고물량이 출회되지 않고 있다. 즉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금융기관에 예치, 보유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달러화를 가지고 있다가 환차익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금융기관들 역시 투기적 목적으로 달러화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조적으로 달러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은 가수요가 가세될 경우 외환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외환시장의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환당국의 정책의도를 명확히 하고 그 의도를 시장에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투기적 가수요를 잠재우는 길 밖에 없다는게 외환전문가들의 지적이다.<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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