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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흑자 뒤안의 그늘
입력2002-11-29 00:00:00
수정
2002.11.29 00:00:00
29일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은 아주 깊은 의미를 갖는다. 미국 등 세계경기 침체, 내수둔화 등 안팎의 악재를 뚫고 우리 경제를 이끌고 온 일등공신이 바로 수출이기 때문이다.
특히 IMF 이후 지난 9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무역흑자행진을 지속하며 흑자 규모만도 950억달러에 달한다. 이로써 정부수립 이후 누적됐던 89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말끔히 해소하면서 누적 무역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52억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수출 주도형 경제라 할 수 있는 우리로서는 더할 수 없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수출확대에 비례해 깊어지는 시름도 있다. 바로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다. 올해 대일 적자는 141억달러로 96년 최고치인 156억달러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이에 따라 대일 적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를 도입해야 하는 중동과 대양주를 빼면 우리나라 적자는 90% 이상이 일본과의 무역에서 빚어지고 있다.
사실 대일 적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일 적자는 수출이 잘되면 따라서 커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수출 경기가 좋아지면서 생산을 늘리려면 일본에 의존도가 높은 기계ㆍ부품 등에 대한 수요도 늘기 때문이다. 70년대부터 대일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자본재 육성책을 내놓았지만 별로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부품소재 전문기업육성 특별 조치법을 만드는 등 자본재 산업 육성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또 하나의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 대표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ㆍ휴대폰 등이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정작 그 같은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소재에는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나 관심이 없다"고 한탄했다.
국산 부품소재는 만들어놓아도 우리 기업들이 사주지 않는다. 정부는 보다 못해 우리 완성품 업체들이 우리 부품소재를 구입하도록 신뢰성 보험을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정말 경쟁력 있는 부품소재만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기술 로드맵을 내년 2월까지 만들 계획이다. 이번 부품소재 육성책이 또 하나의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이병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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