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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소풍이나 MT, 결혼식, 야유회 등에서 단체사진은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다. 이 같은 단체사진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면 바로 눈을 감은 사람. 사진사가 아무리 하나, 둘, 셋을 외쳐도 사진 속 인물 중 한 두 명은 반드시 눈을 감고 있기 일쑤며 잠에서 방금 깨어난 듯 눈을 반쯤 감은 채 찍혀 뭇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호주 국립과학연구소(CSIRO)의 홍보 담당자 닉 스벤슨과 물리학자 피어스 반스 박사는 얼마 전 이 같은 이유로 낭패를 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궁극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눈 감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과연 몇 차례나 촬영을 해야 하는지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 낸 것. 두 사람이 고심 끝에 개발해낸 공식은 ‘1/(1-XT)N’. 여기서 N은 사진을 찍는 전체 인원수를 뜻하며, X는 한사람이 초당 눈을 깜빡이는 횟수, T는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와 평균 눈 깜빡임 시간을 더한 수치다. 공식에 숫자를 대입, 산출된 횟수만큼 사진을 찍으면 최소한 1장은 모든 사람이 눈을 뜨고 있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험결과, 공식의 효과는 100% 입증됐지만 문제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이 복잡한 계산을 재빨리 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반스 박사는 좀더 간편한 계산법을 고안했다. 촬영 대상이 20명 이하라면 조명이 환할 경우 전체 인원을 3으로 나누고, 어두울 경우 2로 나누면 된다는 것. 즉 15명이 화창한 야외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연속 5회 촬영에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견 쓸데없는 연구(?)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더없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이 공식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기발한 연구업적이나 이색적인 과학발명에 주어지는 ‘이그 노벨상’(Ig Novel Prize) 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두 사람은 모든 사람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을 얻기 위해 필요한 촬영횟수를 계산하는 공식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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