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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핵 레드라인’ 후퇴하나

북한의 로드맵 제시와 핵 보유 시인 이후 급박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였던 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특히 미국의 대북 대응수위와 방법이 제재에서 방치까지 천차만별로 표출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15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서도 평화적 해결 원칙 재확인 이상의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 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5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플루토늄 등 핵 물질의 수출을 막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Red Line)을 폐연료봉 재처리에서 핵 물질 이전 금지로 이동시킨 셈이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함으로써,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질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해상봉쇄 과정에서 군사적 수단이 동원돼 핵 위기가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배제되더라도 조속히 2차 3자회담이 열어 대화분위기를 지속시키길 기대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발끈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터무니 없는 추측보도로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많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핵 확산 방지를 강조해왔다”면서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춘다 해서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베이징 회담에 대한 미국의 1차적 반응은 아주 시큰둥하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1일 `장기적 관점`을 언급하는 등 최근 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외교적으로 해결하되,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도 “물리적 시간 상 정상회담 전에 미국의 입장이 정해져 한미간 입장이 조율될 수 있을지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해 한미간 온도차를 인정했다. 미국은 북한의 `대범한 제안`에 대해서도 이미 거부할 뜻을 명확히 했다. 4단계 일괄타결 방안으로 요약되는 북한판 로드맵은 단계별 조건부 방식이어서 `핵포기에 보상은 없다`는 미국식 접근법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공세적 지연전략으로 일관할 경우 북한이 극단적 수단으로 대응할 공산도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북한은 베이징 회담에서 사실상 모든 카드를 꺼냈고 연일 결단을 내리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제 핵무기 보유선언, 미사일 실험 등 그야말로 극단적인 선택지밖에 갖고 있지 않다”면서 “한미정상회담과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통해 사태를 악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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