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4일 간부회의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도모하고 이해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기업구조조정 제도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현행 구조조정 제도인 법원 주도의 통합도산법과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모두 손을 보기로 했다.
도산법 개선은 ▦채권금융회사의 견제장치 강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방지 ▦일반 상거래 채권자 보호 강화 등이 골자다. 기촉법은 ▦워크아웃 신청주체를 채권단으로 확대 ▦상시 법제화 ▦법적용 대상 신용공여 범위 확대 등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채권단의 견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번 '웅진사태' 때 윤석금 회장이 경영권 유지수단으로 '기존관리인유지(DIP)제도'를 이용하자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어나는 등 그간 DIP제도 관련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DIP제도를 악용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채권단이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은 이미 검토된 바 있기 때문에 관계부처와 협의해 최종 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법정관리 신청을 까다롭게 하고 법정관리 신청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회계법인과 공동실사를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DIP제도의 예외조항인 '부실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적용범위도 넓히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법무부 역시 DIP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말 일몰되는 기촉법을 상시화하는 문제는 정치권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각계의 의견을 모아 협의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윤석금 회장은 이날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최근 고의 법정관리 의혹, 경영권 유지와 관련해 모럴해저드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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