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쪽은 잇따라 불거지는 악재에 사실상 대선주자로서 위기관리체제 수립에 나선 반면 박근혜 대표는 차기 정책지도자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겠다는 계산이다. 이 시장측은 테니스 파문에 이어 ‘김재록 게이트’ 연루설이 흘러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기 진화에 나섰다. 한 측근은 “현대차그룹 양재동 연구개발센터 인허가는 이 시장과 관계없는 건교부의 문제”라며 “김재록과 이 시장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측은 이 과정에서 ‘맷집’을 키워가고 있다는 자체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지난해 양윤재 전 부시장의 청계천 비리에 이어 테니스 파문, 김재록 게이트 등이 이 시장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조기에 명확히 밝혀지면 오히려 대선 주자로서 잘 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조적으로 박 대표는 한발 비켜서서 경제 정책을 직접 챙기며 차기 이미지를 키워가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은 복잡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경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박 대표는 전날 특강에서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기업의 경영권 방어의 제도적 보장, 금산분리원칙 재고 등을 주장하며 경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들은 양극화 해법은 ‘정권교체’였다”며 대권을 겨냥, 당분간 경제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과 박 대표의 엇갈린 표정은 그 동안 두 사람이 정반대로 엇갈린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시장은 당 밖에서 시정에 전념하며 ‘청계천 효과’ 등 정책 특수를 얻을 때 박 대표는 당을 이끌며 국가보안법 및 사학법 투쟁 등 여권과 정면으로 싸워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