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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한순간에 추월하다
입력2005-11-04 15:23:18
수정
2005.11.04 15:23:18
제5보(65~83)
프로들의 맹점 가운데 하나는 상대방의 대마가 완생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대마를 미생마로 남겨두려고 한다. 그 맹점이 창하오를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데….
백이 70으로 들여다볼 때까지만 해도 바둑은 백의 페이스였다. 흑이 77의 자리에 이으면 백이 가에 씌우는 자세가 너무도 멋지다. 그것을 잘 아는 이창호는 흑71로 밀고나가 73으로 끊고 보았다. 어떻게 해서든 시비의 단서를 찾아보자는 행마였다.
후일 이 바둑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김성룡(현재 9단)의 말을 빌려보면….
“백70은 흔히 말하는 잽이었다. 이창호는 자기 콧등에 잽을 날리는 상대의 팔목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일종의 클린치였는데 창하오가 클린치를 뿌리치는 데 서툰 게 문제였다.”
백74는 최강의 응수이긴 하지만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간 수였다. 참고도1의 백1로 받고 이하 7까지로 중원의 세력을 두텁게 쌓았으면 백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창하오는 흑대마가 완생해 버리는 게 싫어서 이 코스를 택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참으로 고수답지 못한 대답이었다.
백80도 문제의 수였다. 이제라도 꼬리를 떼어주고 참고도2의 백1 이하 7로 두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그랬더라면 여전히 백의 호조였다. 실전은 흑81의 한 방이 통렬하여 흑이 추월에 성공한 모습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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