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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의 경제 싱크탱크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014년 생산성 보고서'는 우리 정책 당국자들에게 충격적인 통계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32.3달러로 미국(67.3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국가부도 위기까지 갔던 그리스(32.8달러)에도 뒤졌다.
문제는 노동생산성뿐이 아니다. 기술발전 등 모든 요인이 포함된 총요소생산성까지 일본과 대만에 뒤처졌다. 인구고령화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기술 및 인적자본 혁신이 총체적으로 부진하다는 뜻이다.
생산성은 그 나라의 경제활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지금처럼 생산성이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어림없는 일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 생태계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영세한 서비스업 구조를 탈피하지 않고는 한국 경제가 추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근희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연구센터장은 "기업 내부적으로는 인적자본의 질을 높이고 외적으로는 이노베이션, 즉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벌어지는 대·중소기업 생산성 격차=한국의 생산성 저하에서 가장 크게 문제되는 부분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대·중소기업 간 격차다. 대기업들이 핵심 부품과 서비스를 해외에서 외부조달(아웃소싱)하며 기술혁신을 하는 사이 국내 중소기업들은 단순하청 공장으로 전락했다.
이는 통계를 봐도 확연하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총요소생산성 비율은 2010년 현재 77.1%에 불과하다. 2000년대 이후 괄목할 만한 기술개발을 이뤘지만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로는 국가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과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저하는 저임금 구조를 고착시키고 대기업들의 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결국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만든다.
김원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간 거래구조상 하도급거래가 존속한다는 것은 대기업 홀로 생존 발전하는 것이 전반적인 기업성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 전략이 안 보여… 윈윈 체계 구축해야=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4~5년간 대ㆍ중소기업 상생 시스템을 모색해왔다. 2011년 도입된 대ㆍ중소상생협력기금은 대표적인 상생정책의 결과물이다. 대기업의 자금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이 상생기금에 105개 대기업이 7,8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정부는 출연금의 7%를 세액 공제해준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정책이 국내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을 본질적으로 얼마나 개선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기금 대부분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사용되고 중소기업 인력 교육 등에 쓰는 금액은 1~2%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R&D도 중요하지만 생산성 향상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인적자원 개발 분야에 많은 자금이 쓰이지 못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윈윈'이라기보다 '자금지원' 정도로 여겨지는 현재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상생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더욱 확실한 유인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미국 중소기업청은 경제위기에 놓인 기업의 기술ㆍ경영적 '멘토'가 되는 기업에 정부 조달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세액공제 등 단순한 보상을 떠나 보다 전향적인 대기업 유인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대형화 통한 생산성 향상 필요=고용의 주축이며 미래의 성장동력인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는 암초 같은 장애물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밝힌 국내 서비스업 생산성은 2011년 기준 1인당 부가가치가 3,852만원으로 제조업(8,511만원)의 45.3%에 불과하다.
서비스업 생산성 저하는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업과 음식ㆍ숙박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금융보험업과 법률ㆍ회계 등의 사업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영역의 생산성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다.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있거나 사업규모가 해외 서비스 기업들보다 크게 영세한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그간 사업서비스를 대부분 해외에 위탁해 경영해오다 보니 국내에서는 관련 사업들이 제대로 성숙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값을 받는 체계도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이 지나치게 몰려 있는 영역에는 정부 차원의 업종전환 정책이, 금융·법률 등 고부가가치 사업군에는 대형화 정책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업과 제조업 전체를 아울러 외국인 고용 유연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은 "고령사회의 현실과 이에 따른 기업의 생산성 저하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민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더 많은 외국 인력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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