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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일부 문서 공개하라”
입력2004-02-13 00:00:00
수정
2004.02.13 00:00:00
이규진 기자
일제강점하 정신대, 위안부, 강제징용 등 피해자들이 일본이나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밝혀줄 한일협정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65년 한일협정 체결이후 40년 가까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한일협정관련 문건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13일 일제강점 피해자 99명이 `한일협정 관련 57개 문건을 공개하라`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인 원고 53명에게 한일협정 문건 중 손해배상 청구권 관련 5개 문건을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공개대상에 포함된 문건은 52년 1차 한일회담 때부터 63년 6차 한일회담 때까지 11년간 논의된 내용 중 청구권 관계자료와 이후 속개된 6차, 7차 한일회담 중 청구권 관련 보충자료를 포괄한 것으로, 청구권 협상 자료를 총망라한 것이다.
외교부는 그러나 “이미 알려진 내용인 데다 예민한 부분이 없어 외교안보연구원에 보관중인 문건을 공개해도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다시 한 번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일본과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한 이후 일본측은 한일협정의 청구권 협정의 2조1항을 근거로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원고 입장에서 과연 일본측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청구권협정의 합의과정과 내용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문건에는 외교적 비밀에 관한 사항도 있어 외교관례 및 국제적 신뢰관계 측면에서 비공개를 요청하는 일본측 입장을 존중하는 것도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일부 공개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일제강점하 정신대, 위안부, 강제징용, 원폭 피해자인 원고들은 일본이나 일본기업을 상대로 이미 소송을 냈거나 예정하고 있는 이들로, 소송 과정에서 일본측이 한일협정을 들어 원고들의 손배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이 문건을 포함한 한일협정 문건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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