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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로 간 '사진신부'들 애환
입력2002-09-16 00:00:00
수정
2002.09.16 00:00:00
SBS, 26일 美이민 100주년 특별기획 방영'팍스 아메리카나' 라는 말이 무색치 않을 정도로 세계를 재패하고 있는 미국. '젖과 꿀'을 찾아 이 땅으로 떠났던 우리 선조들의 이민사가 어느덧 100주년을 맞는다.
SBS는 추석 연휴 기간인 오는 20일 미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 '하와이로 간 사진 신부들'(오후12시 10분)을 방송한다.
미국으로의 첫 공식 이민자가 기록상에 등장하는 것은 지난 1903년 1월 13일.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하와이행 배에 오른 한국 남성들이 그 시작이다.
이후 이들의 뒤를 따라 1910년부터 24년까지 약 15년 동안 500여 명 가량의 조선처녀, 이른바 '사진 신부'들이 하와이로 건너갔다.
'사진 신부'에 대한 추억은 역시나 빛 바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다. 중매쟁이가 건넨 사진 한 장만을 달랑 들고 낯 모르는 남편을 찾아 머나먼 하와이로의 여행을 감행한 것.
그리고 이 신부들의 극적인 삶이 미국 초기 이민사의 진정한 얼굴이었다.
'사진 신부'들은 '하와이에 가면 돈이 나무에 주렁주렁 열려 있다'기에, 혹은 '가난한 친정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고', 내지는 '좋은 교육을 받아 애국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하와이 이민 길에 젊은 운명을 걸었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진보다 훨씬 늙은 남편과 인간 이하의 취급을 감수해야 하는 고된 노동 등이었다.
제작진은 "하와이 초기 이민사는 여성들이 만들어낸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이웃집 자녀의 학비를 위해 함께 장학금을 마련하고 독립운동자금 마련코자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등 우리 이민 100년 사의 서막을 열었다"고 답한다.
한편 프로그램에는 10여년 전 촬영된 이민 1세 '사진 신부' 할머니들의 생존 당시 인터뷰가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남편과의 첫날 밤 에피소드, 일찍 세상을 떠난 가장 덕에 재혼ㆍ삼혼을 해야 했던 사정,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방법 등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가 고루 담긴다.
또한 하와이에서 살아가는 이민 2세들의 모습과 부모님에 대한 그들의 기억을 통해 이민 1세들이 오늘날 남긴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영어 한 마디 못해도 사는 데 지장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우리 민족의 미국 이민사는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미국 이민 100년사를 조망할 이들의 삶을 흑백 사진과 함께 들여다 보며 고향 및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추석 연휴가 되어도 좋을 것이다. 이제 '귀향'은 단순히 한반도 내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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