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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정치인의 거짓말

#장면1 지난 1월26일 밤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은 곧바로 대검 기자실로 내려와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한화건설 김모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지만 그 시간에 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만나고 있었다”며 “김 회장과는 정국 전망에 대한 얘기만 나눴을 뿐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김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1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이 김 사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자 검찰은 미국에 체류중인 김 회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김 회장은 팩스로 “서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시인한 것이다. #장면2 국민의 정부 시절 실세이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2002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현대그룹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달 29일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 동안 권 전 고문은 “현대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 내용을 극구 부인해 왔다. 권 전 고문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현금뭉치와 자동차까지 동원해 현장검증을 벌였지만 법원은 “현대로부터 카지노ㆍ면세점 사업허가 청탁을 받고 200억원의 거액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지난달 초 검찰에 무더기로 구속된 의원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리에 관련된 의원들은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는 한결같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말하다가도 검찰의 조사를 받은 이후에는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말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정책 대결보다는 정쟁에 몰두하는 구태(舊態)로 인해 정치권 전반이 불신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의 잇단 거짓말은 국민들의 정치혐오감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17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 하는 정치인 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가진 정치인들을 바라고 있다. <오철수(사회부 차장)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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