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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밀물…日本이 팔려나간다
입력2000-05-22 00:00:00
수정
2000.05.22 00:00:00
신경립 기자
거품붕괴 틈타 기업·부동산·인재등 투자 러시「일본이 팔려간다」
80년대 거품경제기에 미국의 부동산 등 세계 각지의 자산을 사들인 일본이 이제는 기업, 부동산, 인재에 이르기까지 온갖 자산을 해외 자본에 내주고 있다. 일본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만 해도 십여개에 달하고, 올들어 두 달동안 외국 자본이 주체가 된 인수합병(M&A)은 전년동기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일본 사들이기」가 가속화되면서 일본내 위기 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현재 일본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거나 설립될 예정인 펀드는 18개, 금액으로는 총 1조4,000억엔(약 13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외 자본이 이처럼 일본으로 몰리는 것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의 자산가격이 거품 붕괴로 인해 대폭 낮아졌기 때문. 일본의 주간 경제지인 다이아몬드지는 일본의 자산가격이 저평가된데다 금융기관과 사업체간 상호 지분보유관계가 해소됨에 따라 해외 자본의 직접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장기신용은행을 인수한 미 리플우드 홀딩스는 호텔업계를 겨냥해 4,000억엔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별도 설립한 1,100억엔 규모의 펀드로 화학업체를 인수할 계획이다. 미국계 카라일 그룹도 1,000억엔을 투자, 일본 정보기술(IT) 업체를 중심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의 M&A중개업체 레코프의 조사결과, 지난 96년까지 외국 자본의 일본 기업 인수는 연평균 30여건에 지나지 않았으나 98년에는 85건, 지난해에는 129건으로 늘어났다. 올들어 지난 2월까지도 외국자본의 「일본 기업 사들이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나 늘어났다.
일본 시내의 유서깊은 건물도 끊임없이 팔려간다. 구조조정을 겪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보유 부동산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도쿄 요지에 위치한 건물과 대지에 외국인들이 들어앉고 있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지에 따르면 최근 2년 반동안 외국인이 매입한 부실채권은 액면가로 10조엔 이상. 실제 매입가격은 액면가의 6~8% 수준으로 1조엔에 못미치기 때문에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미국의 한 부동산감정업자는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일본의 부실채권은 아직 전체의 10%선』이라며 『앞으로 몇 년동안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 자본의 일본 공략은 「사람」에까지 미친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일본의 우수 인력들이 떼지어 외국계로 이탈하고 있는 것.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메릴린치, 시티뱅크 등 일본에 진출한 해외 금융기관들은 합병 결정을 내린 일본 은행들로부터 매월 평균 10명 정도씩 인재를 빼내고 있다.
일본 내에선 이같은 추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차익을 노린 자금이 대부분인 만큼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불안이 상존하는데다, 자금원이 주로 미국이어서 미 증시가 침체될 경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일본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 등 굴지의 일본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이 40%를 훌쩍 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외 투자세력이 빠져나가면 일본 기업들을 총체적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우수한 인재가 무더기로 이탈, 일본 금융기관들이 「간판」만 남은 채 알맹이는 텅 비는 「공동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5/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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