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인 경영 스타일로 '검투사'라는 별칭을 얻었던 황영기(사진) 전 우리금융 회장이 10일 차병원그룹에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고향이라 할 금융권 복귀를 시사했다.
황 전 회장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떤 일이든 해본 적이 없다"며 "길지 않은 시간 금융권을 떠나 있었던 만큼 빈자리를 채우면서 복귀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은행ㆍ증권ㆍ자산운용 등 모든 분야를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펀드를 구성해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임 당시 발생한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지난 2009년 9월 KB금융지주 회장을 마지막으로 금융권을 떠났다. 이후 2010년 1월 차바이오앤의 대표이사 회장 겸 차병원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그러나 그는 4년 동안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조치하는 등의 금융당국에 반발하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 결과 최근 1ㆍ2심에서 모두 승소하고 9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황 전 회장은 최근 차바이오앤 이사로 재선임 돼 오는 2014년까지는 차바이오앤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갑작스레 사임을 결정했다.
그는 "원래 올해 초 사임하려 했지만 인사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사임이 늦어졌다"며 "차바이오앤과 관련된 일이 최근 잘 마무리됨에 따라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소 생소했던 바이오산업보다는 금융업이 자신에 맞는 일이라는 것이 황 전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차바이오앤의 경영을 안정화하는 데는 역할을 다했지만 바이오분야에는 익숙하지 않아 신약개발 분야에 개입하기는 어려웠다"며 "바이오회사는 신약개발과 관련된 전문가가 맡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은 "언젠가 이헌재 전 부총리가 '금융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좁다. 비금융권 인사도 만나고 서민들도 만나 정책이 시장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제 금융으로 돌아가 새롭게 공부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황 전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낼 당시인 2005~2007년 우리은행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 때 관련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돼 금융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고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으며 2010년 10월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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