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들이 연초부터 '비용 폭탄'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강제품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 받은 데 이어 올해 전기요금마저 추가로 올라 업체별로 수백억원대의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수요감소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으로 벼랑 끝에 몰린 철강업계는 과징금과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악재가 더해져 망연자실해 하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4.4%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철강업체들은 올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전기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전기로 업체들의 타격이 크다.
연간 전기요금이 8,000억원에 달하는 현대제철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35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전기요금이 2,000억원인 동국제강도 올해 100억원가량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 연간 1,400억원을 전기요금으로 내는 동부제철의 올해 추가비용은 60억원 정도다.
전기로 비중이 적고 자가발전 비율이 높은 포스코도 올해 300억원가량의 추가 전기요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톤당 1,000원 정도의 제품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하는데 이를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추가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철강업체가 떠안고 연간 수백억원의 세금만 더 내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대규모 과징금도 걱정거리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냉연ㆍ아연도금ㆍ컬러강판 등의 가격을 담합했다며 7개 철강업체에 총 2,9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포스코 983억원, 현대하이스코 753억원, 동부제철 393억원, 유니온스틸 320억원, 세아제강 207억원, 포스코강판 193억원, 세일철강 69억원 등이다.
과징금은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국고로 납부해야 한다. 철강업체들은 이달 말쯤 의결서를 받을 것으로 보여 3월 말까지는 거액의 자금을 마련해 과징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가 이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거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과징금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업체들이 행정소송에서 이기면 과징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최소 2~3년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이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당장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니 자금 마련이 큰 문제"라며 "일부 업체는 과징금 납부를 위해 원재료 매입자금 집행을 미루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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