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에서 절대 우위를 지켜나가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저전력'을 미래 트렌드로 정했다. 고용량ㆍ고성능보다 '저전력'이 부각되면서 소비전력을 향후 10년간 매년 평균 20%씩 줄이며 세계 반도체 업계를 리드한다는 전략이다. 2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에 따르면 반도체 트렌드가 용량과 성능에서 전력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용량과 성능은 기본으로 저전력 반도체를 구현하는 업체가 향후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반도체 저전력 경쟁은 기술 경쟁력이 어느 정도 비슷해진 가운데 모바일 반도체 확산과 환경규제 강화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저전력, 이른바 그린 반도체 생산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반도체 전력은 설계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설계에 역량을 집중해 향후 10년간 매년 평균 20%가량 소비전력을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이미 제품에 반영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D램인 DDR4가 오는 2012년부터 상용화될 예정이다. 종전 DDR3가 1.35V 또는 1.5V로 동작되는 데 비해 DDR4는 1.2V로도 동작이 가능하다. 1.5V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실제 제품에 적용하면 소비전력은 약 40% 줄어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면 DDR4는 저전력을 구현하면서도 성능과 용량은 종전 제품보다 한결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1.25V에서 구현이 가능한 30나노급 DDR3 D램을 지난해 말 개발했다. 40나노급 제품보다 60% 이상 전력 소모를 줄이는 제품이다. 또 저전략 반도체 개발을 PC와 서버뿐 아니라 모바일 등 다른 제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가 용량 전쟁에서 저전력의 전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고용량ㆍ고성능보다 저전력을 어떻게 구현해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통상 나노기술은 반도체 수율을 높여 원가를 낮추는 데 효율적이다. 반도체 업계들이 40나노ㆍ30나노ㆍ20나노 등 점점 세밀화된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나노 경쟁은 기술적 문제로 일정 정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램 반도체가 DDR3에서 DDR4 등 완전히 다른 세대로 넘어갈 때 전력소비가 크게 감소한다"며 "하지만 같은 세대, 즉 DDR3 내에서 전력을 줄이는 것은 설계기술이 좌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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