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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원칙이 중요하다/유장희 이대 국제대학원장(송현 칼럼)

김영삼 대통령의 통치가 지난 2월25일로써 만4년을 맞았으므로 이에 대한 평가가 각 분야에서 활발할 줄 알았다. 그러나 국내 언론매체는 이를 간단히 언급만 하고 지나버렸다. 이렇다 저렇다 별 논평없이 그냥 지나가 버린 것이다.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하나는 어차피 대통령 스스로가 TV에 나와서 전국민을 상대로 담화발표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것을 싣는 것으로 대체하자는 언론측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정치 경제 안보 등 주요 국정분야에서 지금 국민의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언론까지 덩달아서 비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는 김대통령의 4년을 두고 더러는 아쉬운 마음에서, 또 더러는 걱정하는 마음에서 공과를 정확히 짚어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지난 4년동안 거시지표의 평균치를 92년과 대비해 볼 때 김영삼 정부의 실적은 성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꽤 괜찮은 것이었다. 우선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제조업 성장률, 설비투자, 인플레, 실업률 등에서 6공말기 때보다 현저하게 개선돼 있음을 본다. 단 하나, 경상수지에서 92년의 45억달러 적자에 비해 96년도에 2백30억달러의 적자를 보인 것이 김정부가 성공하지 못한 유일한 분야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반도체 가격하락에서 손해본 것이 1백30억달러에 달하고 국제기름값 상승으로 비롯된 것이 50억달러, 또 최근 해외여행 단기유학 등의 급증으로 빚어진 것이 40억달러에 달한다고 볼때 정부가 무엇을 특별히 잘못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전망은 어둡고 비관적이다. 왜 그럴까. 노동법사태, 한보사태 등 때문이라고 쉽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요소를 삭제하고 보더라도 김정부에 거는 국민의 경제적 기대는 최저수준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필자는 그 이유를 세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는 그동안 경제정책의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않고 자주 바꾸었다는 점이다. 신경제→국제화→세계화→21세기 장기구상→국가경쟁력 10% 제고정책 등이 나왔는데 새로운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그 초점이 조금씩 변이되었음을 본다. 그동안 부총리가 5번 바뀌었는데 이와 결코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하나는 개혁과 역사 바로세우기의 방법과 그 내용에 관한 문제다. 개혁중에서 국민들이 가장 크게 기대했던 「규제완화」는 실제로 만져지는 것 없이 끝나가는 것 같다. 공장을 신규로 건설하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전보다 쉬워졌느냐고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비서류의 가짓수는 좀 줄었어도 남아 있는 구비서류의 도장을 받는 일이 더 어렵고 까다로워 졌으므로 그게 그거라는 것이다. 역사 바로세우기도 그 취지와 명분은 옳았으나 방법과 내용에 있어 경제계에 적지않은 불편과 심리적 부담을 주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역사 바로세우기가 진정 정치권의 쇄신 운동이었다면 한보사건에서 나타난 정치인 비리들을 볼 때 우리의 역사는 아직도 바로서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셋째로 정부 생산성 제고부문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조직의 사업부서화, 민영화, 고위관리직의 계약제, 실적평가제, 업무성과에 따른 성과급 지급체제 등 이른바 뉴질랜드식 정부개혁방안이 제시됐고 약속했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 실현계획이나 의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큰 기대를 걸지않는 것은 앞으로 1년간 경제를 여론에 의지하면서 운용해갈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 경제는 정치와 달라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여론이 나빠도 걷어야 할 세금은 걷어야 하고, 여론이 반대해도 놓아야 할 고속도로는 놓아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를 착공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총리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각종 국영기업을 대폭적으로 민영화시켰다. 이러한 원칙론적인 정책이 훗날 국가경제 발전에 획기적 공헌을 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앞으로 남은 1년, 정부는 너무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경제정책에 관한한 원칙을 중시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거머쥐는 자세로 일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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