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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이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의 18%가 삼성전자의 몫이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방한 기간 중 직접 본사를 찾을 정도로 '고마운' 기업이지만 현지에서는 불평도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를 따라 국내 협력사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베트남 현지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베트남 재계에서는 외자 기업이 현지 업체와의 거래를 늘리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는 형편이다.
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삼성전자 협력사가 되기 위한 문턱이 너무 높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의 1·2차 협력사 100여곳 중 베트남 업체는 7개에 불과하다. 한 베트남 기업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삼성과 같은 외국 기업은 기존 협력업체나 출신 국가의 업체와 거래할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는 베트남 중소기업 대표들이 최근 자국 산업통상부 차관과 만나 외국 기업이 현지 업체 거래를 늘리도록 규제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탄원하기도 했다.
응우옌마이 전 베트남 기획투자부 차관은 "베트남 기업들이 10%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금리가 낮은 외국 기업들은 평균 2~3%의 저리로 자본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베트남 기업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은 베트남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협력 관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SEV의 협력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특허인증을 받은 기술 외에도 연구개발(R&D)을 위한 자체 시설도 갖춰야 한다. 생산품에 대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품질 보증도 필요하며 재정·노동·산업폐기물에 관한 삼성의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춘 베트남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거래를 맺고 있는 베트남 기업도 제품 포장이나 라벨 부착 같은 단순한 공정 외에는 맡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베트남 기업들은 기술이전을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기술을 보호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이 같은 요구를 선뜻 수용하기 힘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우리로서도 환영할 일"이라며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지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가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집행했거나 진행 중인 투자 규모는 80억달러에 달한다. 2017년까지 베트남 북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일대에 종합전자단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 완료되면 총투자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길 수도 있다. 삼성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덕에 올 들어 9월까지 베트남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액(FDI) 111억8,000만달러 중 한국은 35억5,000만달러로 전체의 31.8%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한편 베트남의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은 이날 방한해 첫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을 본사를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 호찌민시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10억달러(약 1조631억원) 규모의 가전공장 건립에 대한 투자 승인서도 삼성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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