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배당은 매년 적게는 4,000억원, 많게는 6,000억원대에 달했다. 국가 예산 300조원과 비교할 때 비중은 크지는 않지만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서 매년 27조원의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인수위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공약 재원 마련 방안의 하나로 '공공기관 배당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권 첫해인 올해 공공기관 배당액이 지난해보다 1,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재원 확보는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ㆍ정책금융공사 배당 급감…다른 기관 올려도 역부족=올해 정부의 일반회계 배당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은 전체 배당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배당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기관의 배당 감소액만 1,800억원을 넘어선다. 기업은행은 지난해(2012년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이 3분의2토막 나면서 올해 배당액도 그만큼 감소했다. 전반적인 저금리 기조에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한 것도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해 1,107억원을 정부에 안겨준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한 푼도 배당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들 두 기관의 배당 감소로 구멍 난 수입을 메우기 위해 다른 공공기관의 배당액을 크게 높였다. 이른바 '배당 짜내기'에 나선 셈.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배당액을 지난해 373억원에서 올해 714억원으로 두 배 높인 게 대표적이다. LH의 배당성향(배당액/당기순이익)도 지난해 7.75%에서 올해 9.9%로 상향됐다. 지난해 한 푼도 배당하지 않았던 산은금융지주는 올해 319억원을 배당했고 주택금융공사의 배당액도 지난해 109억원에서 올해 208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책금융기관(기은ㆍ정책금융공사ㆍ산은지주ㆍ수출입은ㆍ주택금융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7곳의 배당액도 지난해 1,719억원에서 올해 2,003억원으로 3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배당수입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다른 공공기관 배당을 늘렸지만 두 기관의 비중이 워낙 커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불황ㆍSTX 여파, 내년 배당 전망도 어두워=문제는 내년부터다. 공공기관들 사이에서는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올해(2013 회계연도)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내년 정부 배당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ㆍ수출입은행 등은 STX 구조조정 여파까지 겹쳐 올해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산은지주의 STX그룹 익스포저는 대출과 지급보증을 합쳐 3조9,000억원에 달한다. STX그룹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충당금 부담이 늘었는데 이는 고스란히 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 산은지주 내부에서는 당장 올 2ㆍ4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산은지주의 실적이 악화되면 정책금융공사도 악영향을 받는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은지주의 지분 91%를 보유한 대주주(나머지 9%는 정부 보유)이기 때문이다. 올해 213억원을 정부에 배당한 수출입은행도 STX에 2조2,000억원이 물려 있다. 수은 관계자는 "전체 익스포저의 대부분이 지급보증이어서 충당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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