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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빅딜 하나 안하나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반도체부문을 한 회사로 만드는 협상에서 경영주체 선정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않는 대립을 지속해 왔다. 두 재벌기업은 중립적인 외국 컨설팅 회사에 실사를 맡겨 그 결과에 따라 경영주체를 결정키로 했으나 여태 샅바싸움만 벌이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매듭짓기로 한 컨설팅회사선정 시한은 이미 넘겼다. 이달말까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마치키로 한 재계의 약속은 이제 지켜지기 어려워질 것 같다. 겉으로는 외부평가기관의 공정성과 적합성 시비지만 실제로는 결코 반도체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세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반도체빅딜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회복기미를 보여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있는데 빅딜을 하면 외국 경쟁업체들만 좋아진다는 논리다. 또 현대와 LG의 제품설계와 공정기술이 달라 단일화의 시너지효과가 적으며 단일회사가 출범할 경우 외국의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어 통상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언뜻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무리하게 단일회사를 만들 경우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산업경쟁력강화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반도체가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됐을때 이미 나온 것들이다. 그때는 크게 부각되지 않다가 요즘들어 갑자기 부상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최근의 D램 가격의 오름세에 편승한 때문으로 보인다. 수년전 석유화학의 경우에도 반짝 경기를 과신, 너도 나도 무리한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반도체경기가 살아나더라도 공급부족현상까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 반도체산업의 과잉중복투자와 과다부채구조를 이번 기회에 정리하지 않으면 경쟁력 강화의 호기를 놓치는 우를 범할 지도 모른다. 반도체경기가 살아날 경우에도 엄청난 설비투자를 해야되는데 재벌그룹들이 과연 그럴 자금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빅딜 과정에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 이익이 더 클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해당 기업들은 자사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의 앞날을 생각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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