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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전문가 영입론
"금융사 자생적 성장에 한계" 인재영입 자율성 보장 시사
● 금융위-금감원 혼연일체론
"두 기관 긴밀한 협력체 돼야" 역할구분 작업 뒤따를 전망
● 자산운용 부문 경쟁력 강화
금융산업 이끄는 분야로 육성… 저성장 시대 돌파구 마련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훌륭한 '인터뷰이(Interviewee)'로 통한다. 매너도 매너지만 인터뷰의 맥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멘트 하나하나에는 구체적인 단어와 실증적인 사례가 반드시 들어간다. 그만큼 메시지가 분명하다.
임 내정자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 시간 넘게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위원장 내정 직전으로 민간 금융사 수장이었을 때였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관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짚어볼 수 있는 정교한 프리즘이었다. 임 내정자는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2년간의 민간 금융사 수장 경험은 금융당국으로서의 역할을 정립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임 내정자가 인터뷰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내세운 것은 '건전성 규제'였다. 그는 22일 통의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새로운 규제완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율과 경쟁을 좀 더 촉진하는 정책방안을 마련해 청문회 때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현장(농협지주 회장)에서의 재직경험을 활용하겠다"며 규제완화를 현장 중심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임 내정자는 현장(농협금융 회장 재임시)에서 수익성에 천착했다. 특히 이를 가로막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건전성 규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금융당국의 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요구로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실적이 대규모 적자로 둔갑하는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임 내정자는 인터뷰에서 "금융사들의 건전성 규제는 국제기준을 맞추기에도 급급하고 금융사 스스로 잘하고 있다"며 "건전성 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두지시 등 명문화되지 않은 규제가 많다"며 특히 금감원이 민원불량 금융사에 빨간딱지를 붙이게 한 것에 대해서는 "제도시행 이후 (오히려) 블랙컨슈머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임 내정자는 인터뷰 내내 인력운영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금융산업 발전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잠든 공룡이던 농협금융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메기(외부인력)' 영입에 적극 나섰다. 전략적 제휴자인 프랑스 아문디그룹에서 30여명의 자산운용 전문가를 영입한 데 이어 농협카드와 생명보험 등에도 외부전문가를 전진 배치했다. 자산규모도 작고 금융 테크닉도 부족한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임 내정자는 "금융사가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에서 유능한 사람을 많이 데려오는데 우리나라 금융도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전문가 영입은 금융사의 자율성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사 등 2금융권의 반발을 샀던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수정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관계에도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내정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긴밀한 협력체가 돼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혼연일체가 돼 하나처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옥상옥으로 치부되던 농협중앙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지주와 금융계열사 간 역할의 경계도 명확히 했다.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위계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임 내정자는 "지주는 수익성 창출과제와 지표 외에 나머지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주와 계열사가 갈등하는 것은 서로 간의 한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명확한 역할구분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 내정자는 "지주사가 정착하려면 (지주사 회장이) 계열사 사장을 문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KB금융 사태 수습책의 하나로 최고경영자(CEO) 선출 투명화를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임 내정자가 지주사 회장으로 있으면서 KB금융 사태를 직접 목격한 만큼 지주사의 권한 강화가 포함된 지배구조 정책의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임 내정자는 특히 우리 금융산업 발전의 키로 자산운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생각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농협금융 회장으로 재임하면서도 저금리 돌파책으로 자산운용 강화를 제시했다. 국내 금융지주의 해외 비중은 전체의 5%가 채 못 된다. 금융산업은 퀸텀점프가 어려운 분야고 점진적 성장을 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충실한 자본력과 함께 높은 수익성, 즉 자산운용 능력이 필요하다.
임 내정자는 "국내 상위권 금융사들의 집중도가 가장 낮은 부분이 자산운용인데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아직 선점의 여지가 있는 분야"라며 "자산운용업이 금융산업에서 하나의 보조적인 계열사가 아닌 주도적인 계열사로 올라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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