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브레이크' 등 매니아층 넘어 일반인까지 확산<br>"완성도·스케일서 차별화" 20~30대층서 큰 인기<br>케이블TV·초고속인터넷 타고 급속 저변 확대<br>국내 드라마 환경 급변 예고속 파장등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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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심상치 않다. 일부 한정된 매니아층을 넘어 일반 드라마 팬에게까지 몰아칠 태세다.
10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미국 드라마 관련 인터넷 까페들만 해도 수십 개가 꼽히고 케이블TV에선 미국 드라마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방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스코필드’는 우리식 이름 ‘석호필’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국내 의류회사의 광고 모델로까지 활동하고 있다. ‘미드 열풍’이 인터넷 P2P 사이트와 케이블 선을 넘어 국내 TV 시청문화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케이블TV와 초고속 인터넷이 날개=미국 드라마의 인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70~80년대 KBS, MBC 등 지상파에서 방영한 ‘제5전선’ ‘맥가이버’ ‘전격Z작전’ 등은 국내 드라마와 각축하며 안방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드라마가 자취를 감춘 건 90년대 들어서다. 90년 민영방송 SBS가 개국하며 본격적인 ‘방송 무한경쟁’ 시대를 알리자 각 방송사들은 사활을 걸고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SBS가 ‘모래시계’로 드라마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고 MBC가 ‘사랑이 뭐길래’ ‘질투’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때가 바로 이 시기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며 상황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유학, 어학연수 등으로 과거 세대들에 비해 해외 경험이 부쩍 많아진 20~30대들이 ‘사랑 타령’에 머무른 국내 드라마와는 완성도ㆍ스케일 면에서 차별성이 있는 해외 드라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경쟁적으로 보급된 케이블TV와 초고속 인터넷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프렌즈’ ‘앨리맥빌’ ‘섹스앤더시티’ 등 시트콤에서 시작한 ‘미드 열풍’은 CSI 시리즈를 지나 최근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특수수사대 SVU’ ‘하우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 이른바 ‘웰-메이드(well-made) 드라마’로 범죄수사, 의학 등 자신만의 독특한 소재를 갖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하며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저변확대되는 시청자층=인터넷에서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미드 열풍’이 분 건 벌써 오래된 얘기. 그러나 최근의 ‘미드 열풍’은 매니아를 넘어 일반 시청자에게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태세를 갖춰 간다는 점에서 조심스레 국내 드라마 환경의 지각 변동도 예측할 수 있다.
과거 ‘미드 열풍’의 중심엔 ‘프렌즈’ 등 시트콤이 있었다. 이들 작품들은 동아TV, 온스타일 등 주로 여성채널을 통해 선보이며 20~30대 여성 시청자를 중심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인기를 끄는 작품들은 ‘프리즌 브레이크’를 위시해 대부분 묵직한 무게감을 무기로 성별을 불문한 젊은 시청자들의 시청욕구를 자극한다. 코미디가 가미돼 이해하기 쉬운 시트콤에 재미를 느낀 ‘미드 매니아’들이 어느덧 미국 드라마의 ‘중심’에 빠져든 셈이다.
온미디어의 한 편성 관계자는 “케이블 채널로선 확실한 고정 시청층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미드 열풍’은 분명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작품이 아닌 장르 자체에 매니아를 가졌다는 건 꾸준히 관련 콘텐츠를 공급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의미다.
이지형 CJ미디어 부장은 “확실한 시청층을 확보한 만큼 이젠 드라마를 들여오는 데 큰 부담이 없다. 케이블 시청률 1%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건 업계 현실에선 큰 힘이다. 이제 훌륭한 드라마 1~2편이 ‘대박’만 터뜨려 준다면 제2의 ‘K-1 신드롬’도 기대할 수 있다. 그만한 환경이 지금 갖춰져 가는 중”이라고 해석했다. ‘미드’가 한국 사회의 문화에 미칠 파장과 대책이 새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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