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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전/선진국금융기관] 밤을 잊은 미뉴욕 월가

뉴욕 월가에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의 대명사처럼 불리워온 월가는 인터넷이 개척한 지구촌의 새로운 사이버 시대를 맞아 시간과 국경, 인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그 선봉에 영국 로이터 통신사 소유의 인스티넷이 질주하고 있다. 36세의 젊은 더글러스 애트킨 사장은 무자비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NYSE와 그 다음인 나스닥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30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의 인스티넷은 전세계 40개국의 증권거래소를 연결하며, 자국시장에 안주하고 있는 NYSE의 자존심을 꺾어 놓았다. 골리앗을 움찔하게 하고 있는 다윗의 무기는 「영업후 거래(AFTER_HOURS TRADE)」와 글로벌 거래망이다. 그동안 외환 거래와 미국 국채(TB), 그리고 주가지수 선물 거래는 24시간 거래가 이뤄져왔다. 뉴욕 맨해튼의 시티은행과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외환 딜링룸은 자정에도 불이 꺼진 적이 없다. 아시아 위기 때 외환 딜러들은 국제적 비난을 듣긴 했지만, 많은 돈을 벌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뉴욕 증시에도 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몇년내에 전세계 주식시장이 24시간 내내 거래되는 체제가 형성될 전망이다. 시골 장터와 같이 물건을 놓고 흥정하며 경매식으로 운영되던 NYSE도 구닥다리 방식에서 벗어나 다윗의 지혜를 배우지 않으면 설땅이 없음을 직시했다. 지난 5월 리처드 그라소 NYSE 회장은 두달 후인 7월부터 오후 5~6시에 저녁장을 개장, 밤 10시에 폐장하는 계획을 밀고 나갔고, 내년 6월부터는 새벽 5시에 증시의 문을 열겠다고 장담했다. 현재 뉴욕 증시는 오전 9시30분에 오프닝 벨을 울려, 오후 4시에 하루의 거래를 종료한다. 그러자 NYSE와 사사건건 경쟁하는 나스닥도 같은 스케줄을 밀고 나가겠다고 이사회 개최를 서둘렀다. 트레이더들은 근로 조건이 나빠진다고 울상이었지만, 거래소측은 고객을 위해선 무조건 따르라며 밀어부쳤다. 다행히 아더 레빗 증권거래위원장이 『연말에 컴퓨터 2000년문제(Y2K)를 해결한 다음, 내년에 해도 늦지 않는다』며 간신히 말려 일단 영업후 거래는 내년으로 넘어갔다. 뉴욕의 두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시가 총액은 14조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세계 시가 총액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 방대한 시장을 함께 어우르고 있는 두 거래소는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아 아시아와 유럽의 시간대로 영업시간을 늘리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소 전자주식거래회사의 싹을 자르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밤 개장을 노리는 주 타깃은 아시아 주식시장이다. 이 지역에는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이 있고, 다음 세기에 미국에 견줄 경제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통화위기 이전에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이머징 마켓이 있다. 뉴욕과 유럽은 4~5시간의 시차에 불과해 뉴욕 오전장은 유럽 오후장이다. 현재의 뉴욕증시 시간대로도 유럽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아시아와는 13~15시간의 시차가 있어 저녁시간을 늘리지 않고는 시간대를 공유할 수 없다. 급증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끌어들이고 아시아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시간대를 형성하기 위해 개장시간을 늘려 야간 주식시장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새벽장을 열면 유럽 오전장부터 흡수할 여력이 생긴다. 뉴욕의 두 거래소는 영업시간 연장 시기를 일단 내년으로 늦췄지만, 미국내 3위의 증권거래소인 시카고 증권거래소는 오는 10월부터 영업시간을 6시30분(미 동부시간)까지 연장하기로 결정, 뉴욕 증시에 선수를 쳤다. 이 시간대는 아직 아시아 증시 개장 이전이지만, 멀지 않아 아시아를 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과 시설을 필요로 하는 증권거래소들은 개장시간 연장에 필요한 준비과정이 필요하지만, 사이버 공간을 시장화한 전자거래 네트워크(ECN)들은 이미 24시간 거래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기관투자자들만을 상대로 영업후 거래를 해온 인스티넷은 미국 최대온라인 브로커회사인 E 트레이드와 제휴, 개인투자자에게도 밤 또는 새벽 거래를 개방했다. 몬태나주에 사는 개인투자자는 새벽 4시(미 동부시간 상오 6시)에 일어나 그날 급등할 종목을 미리 사두고, 한숨 더자고 일어나 증권거래소가 정식 개장할 때 팔아 큰 돈을 벌 수 있다. 영업후 개장은 이처럼 초단기 매매를 가속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인스티넷 이외에도 아일랜드 ECN, 아키펠라고 ECN, 이클립스 ECN 등 9개 네트워크 회사가 영업후 거래를 알선하고 있다. ECN들은 아직 뉴욕 증시 페장 직후인 하오 6시와 개장 직전인 상오 7~8시를 주요 영업시간대로 삼지만, 멀지 않아 전세계 증권거래소를 하나로 묶어 24시간 영업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데이트레이더(DAY TRADER)가 판을 치는 것도 잠시, 나잇트레이더(NIGHT TRADER)가 이미 월가의 사이버 공간을 활개치고 다니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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