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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부터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는 '주파수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달 경매에 부쳐질 1.8GHz 주파수를 확보하면 2배 빠른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KT와 이를 '특혜'로 규정하며 형평성을 주장하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었다. 정부의 주파수 할당 방안이 나오면 잠잠해 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통사간 신경전은 더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통사 노조까지 설전에 합류하며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주파수 논쟁의 원인과 정부의 주파수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와 관련, 서로를 '돈 많은 재벌기업', '특혜를 요구하는 기업'으로 맹비난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가 유일하게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예측 가능한 밑그림'을 못 그려주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큰 그림이 없는 주파수 정책 때문에 중장기적인 네트워크 전략을 펼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5년에는 300Mbps 속도의 LTE 서비스도 가능해지고, 데이터 트래픽도 계속 급증할 전망"이라며 "이동통신 사업자로서는 빠르게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단기적인 주파수 정책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파수 정책이 워낙 예측 불가능해 사업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주파수를 경매하던 당시 1.8GHz, 2.6GHz 주파수가 추가로 더 나온다는 사실을 대략이라도 알았다면 현재의 주파수 경쟁이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KT가 가져갈 경우 손쉽게 2배 빠른 LTE 서비스가 가능해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1.8GHz 인접대역의 경매 여부는 지난 2월에나 뒤늦게 확정됐다.
이동통신사들은 해외 사례처럼 중장기적인 전략에 기반한 주파수 할당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은 주파수를 할당할 때 250MHz 이상의 다양한 주파수를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사업자들이 각자의 전략에 맞춰 주파수를 가져가도록 했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700MHz 주파수도 경매에 나올 게 유력한데, 방송ㆍ통신업계가 서로 가져가기 위해 기싸움 중인 상황"이라며 "얼마만한 폭이 경매에 부쳐질지도 모르고 오락가락 하다가 또 급하게 경매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주파수 정책이 없으면 이동통신사만 곤란한 게 아니라,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 못해 결국 전 국민의 손해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없다보니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이동통신사들은 자신들이 주파수를 확보해야 하는 명확한 논리나 합리적인 숫자 제시보다는 상대방을 헐뜯는'프레임 선점' 중심의 난타전을 이어가고 있다.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라는 두 재벌기업이 KT와 2대 1로 가격경쟁에 나선,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1.8GHz 주파수를 가져가게 되면 정부로부터 7조 원 규모의 특혜를 받는 셈"이라는 점만 강조하는 상황이다. 2일부터는 노조까지 설전에 가세했다. 정윤모 KT 노조위원장 등은 3일 과천의 미래창조과학부를 찾아 최문기 장관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주파수 할당 방안은 SK재벌과 LG재벌이 담합해 KT를 통신시장에서 퇴출시킬 방안이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노조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연간 매출이 24조원에 달하는 거대 공룡기업 KT가 경쟁사를 재벌로 낙인찍는 것은 꼼수"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노조도 "KT가 특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노조를 앞세워 신문광고 1면까지 도배하는 등의 행태에 경악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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