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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참히 무너진 日 '비장의 무기' 꺼냈다
[한일 차세대 TV 대전] OLED 뒤진 일본 UHD TV 승부수… 삼성·LG는 병행전략 맞불일본, 콘텐츠·장비·기술력 앞세워내년 CES서 대대적 붐 조성 채비국내업계 세계 최고 OLED 주력 속UHD TV도 출시 추격 따돌리기
이종배기자 ljb@sed.co.kr
김흥록기자 rok@sed.co.kr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IFA 2012' 에서 한 관람객이 삼성전자가 선보인 70인치 UHD TV를 보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는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UHD TV를 병행하는 전략을 세워 일본의 UHD TV 공세에 맞설 계획이다. /서울경제DB
'글로벌 전자업계의 절대군주가 무너졌다.'
2007년 일본 언론은 삼성전자가 2006년 기준으로 글로벌 TV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이렇게 전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삼성전자의 소니 추월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이내 무참하게 꺾였다. 곧이어 LG전자마저 소니를 제쳤고 이후 올해까지 7년여 동안 'TV 왕국=한국'의 공식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왕국 일본의 절망은 TV시장뿐 아니라 반도체와 패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초고해상도(UHD) TV가 일본의 가미카제(神風)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마치 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뒤집기 위해 총력을 쏟았던 일본의 전투기 편대처럼 일본의 UHD TV 업계가 TV 방송국, 영상장비업체와 더불어 편대를 이뤄 '한국 추월'에 나선 것이다.
◇옛 명성 잃어가는 전자왕국 일본=TV는 전자기기 가운데 거실 한가운데 위치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가장 좋은 제품이다. 전자왕국 일본의 몰락은 TV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실제로 국가별 매출 기준 TV 점유율을 보면 일본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한국 TV 점유율은 2010년 36%, 2011년 37.5%, 2012년 41.1% 등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10년 36%에서 올해 26.6%로 추락이 예상된다. 중국은 점유율이 2012년 20.9%로 예상되는데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삼성과 LG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이제는 중국 업체에도 추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TV 산업 몰락과 함께 패널(LCD)도 이제는 변변한 공장 하나 없을 정도가 됐다. 일본 산업을 지탱하던 반도체 기업은 파산하거나 외국 기업에 팔려나갔다.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일본의 소형 2차전지 역시 이제는 삼성SDI에 1위를 내주며 시장 점유율이 20%대 이하로 추락했다.
◇UHD TV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본의 의도는=소니 등 일본 전자업체와 NHK, 그리고 영상장비업체는 내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대대적인 'UHD TV 붐'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차세대 TV에서 주도권을 노리겠다는 전략인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 기술이 없다"며 "결국 차세대 TV에서 UHD TV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UHD 기술 부문에서 일본이 세계 최강자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는 오래 전부터 초고해상도 TV를 주장해왔고 이미 NHK 등 방송국은 시험방송 등을 통해 'UHD급 콘텐츠'를 다수 확보했다. UHD급 콘텐츠 확보에는 최첨단 영상장비가 필수인데 이 분야에서도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주요 방송국의 영상 장비가 일본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일본은 UHD 콘텐츠, 영상장비, UHD TV 기술력 등 세 가지 면에서 전세계 강국으로 이것만 잘 활용하면 한국에 내준 TV 1등 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미 이 같은 3각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고 일본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 모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는 어렵고 2차전지도 어렵기 때문에 결국 일본이 승부를 내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현재 UHD TV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UHD TV를 전면에 내세운 데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 일본 전자왕국 부활을 꿈꿔보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삼성ㆍLG, 병행전략으로 맞선다=일본의 이 같은 거센 공세에 맞서 삼성과 LG전자 등 국내 업계는 OLED TV를 앞세우며 UHD TV를 병행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과 LG는 세계 최고의 OLED 패널 양산 기술을 토대로 OLED TV에 주력하는 한편 UHD TV도 출시하는 등 양다리 전략을 구사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이미 UHD TV를 출시했고 삼성전자도 이르면 내년 초 UHD TV를 선보이며 일본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계획이다. 특히 OLED의 경우 한국 패널의 장점을 살려 일본에서 따라올 수 없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OLED와 UHD TV 가운데 어느 시장이 먼저 활성화되느냐다. UHD TV 시장이 먼저 열리면 콘텐츠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은 다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리 업체는 병행 전략을 사용하면서 OLED TV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CEO는 "내년부터 차세대 TV에서 한국과 일본의 또 한번의 격돌이 예상된다"며 "일본은 UHD TV 경쟁에서 밀리면 전자업계가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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