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장동현(사진) SK텔레콤 사장의 파격행보가 눈길을 끈다. 전략·재무통으로 손꼽히는 장 사장은 정중동의 SK텔레콤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금과옥조로 여기던 이통시장 점유율 50%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붕괴됐고, SK브로드밴드를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특별퇴직을 통해 몸집 줄이기를 했다. 그동안의 산적한 현안을 일거에 정리하는 모양새다. 과거 그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도약한 계기가 된 신세계통신 인수·IMT2000 사업자 선정 업무를 담당했었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부터 "전략의 일대 변화가 휘몰아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우선 이통시장 점유율 50% 붕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불법 보조금 마케팅 단속을 강화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시행, 점유율 과대 계상의 진원지로 지목된 선불폰에 대한 정부 조사, 방통위의 단독 영업정지 처분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결국 자진해서 50% 붕괴를 선언했고, "앞으로 건전한 이통시장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반성문까지 썼다. 하지만 이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배적 사업자라는 '꼬리표'를 떼는 대신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정부에 인가제 폐지 또는 완화의 명분을 제공하게 됐기 때문이다. 유선 사업 강화의 족쇄로 작용했던 '시장 지배력 전이(무선→유선)' 논란에서도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유선·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상장 폐지와 완전 자회사 편입을 통해 유선·IPTV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KT와 LG유플러스가 전국 유선망을 활용해 기가 인터넷 가입자를 모집하는 동안 SK텔레콤은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며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인프라인 유선망을 확충하고 IPTV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이 최근 특별퇴직을 통해 직원 감축에 나선 것도 투자여력 확보차원으로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장 사장의 남은 과제는 플랫폼과 해외 사업 강화다. 두 분야는 지금까지 SK텔레콤의 '흑역사(黑歷史)'를 장식해왔다. 한때 국내 시장을 장악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싸이월드', 포털 '네이트', 메신저 '네이트온' 등 사업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줄줄이 실패했고, 미국 가상이통서비스 '힐리오', 베트남 이통서비스 'S폰' 등 해외사업도 성과없이 철수해 '안방 호랑이'라는 꼬리표까지 얻었다. 장 사장이 플랫폼 총괄을 겸임하는 것도 더 이상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100일은 스퍼트를 내기 위한 준비작업을 마무리한 기간"이라며 "앞으로는 새로운 사업을 통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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