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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투자·경영 유의점(한민족경제권이 떠오른다)
입력1997-09-01 00:00:00
수정
1997.09.01 00:00:00
임웅재 기자
◎사업성패 파트너 선택에 달렸다/진출전 계약사 마케팅·신용 등 조사/외상거래 한번하면 액수 점점 늘어나/현지임금 싼만큼 불량품생산율 높아/중기는 일계회사로 이직많아 큰애로『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우선 원료확보, 저렴한 인건비, 내수시장 등 진출동기를 분명히 한뒤 철저한 투자환경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임금과 수많은 사회보장성 수당을 고려한 노동비용, 단체행동 관행, 민원행정과 금융서비스의 비효율, 낮은 생산성등 제반 현지관행에 대해 이미 진출한 국내 투자기업들의 사례도 철저히 분석해봐야 합니다.』 현재 중국에 투자 진출중인 한국업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중국기업과 합자·합작투자를 할 때는 중국측 파트너 선정이 사업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며 파트너를 제대로 선정할 수 없을 경우 차라리 단독투자를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주재 무역진흥공사 관계자들은 인맥을 중시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에서 특히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보수집과 마케팅 능력, 각급 정부를 포함한 현지 유관기관과의 협상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중국측 파트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트너는 공신력있는 현지 관계기관으로부터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받은뒤 신용, 마케팅능력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거쳐 선택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조항 하나하나에 완벽을 기해 계약서에 명기해야 사후에 손해를 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게 투자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유관기관, 지역별로 구성돼 있는 한국투자업체협의회와 상의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한국투자업체협의회는 지난 93년말 설립된 중국한국상회의 지부 형태로 현재 북경, 심양, 장춘, 연길, 천진 등 21개 지역에서 1천4백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가 사무국 기능을 맡고 있지만 국내처럼 의무가입단체는 아니다.
시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작정 진출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는 윤이근 심양한국상회회장은 『기업을 오래한 기업인에게 명예위촉장이라도 줘서 자문을 해줬다는 확인이라도 받아가야 투자를 허용하는 식의 방안이 강구돼야 무수한 사업실패가 빚어내는 국부탕진과 가정파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했다.
다른 기업인은 『일본, 대만은 정부차원에서 어느 지역 물이 좋은지등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챙겨주고 칼빈총이라도 사주면서 외국에 내보내지만 한국은 가야할 위치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심양시에만 일본기업 1백40여개가 진출해 있는데 한군데도 실패하는걸 못봤다』고 말했다.
북경의 한 기업인은 『대만은 대만출신 해외화교에 대한 대외투자 지원을 위해 해외화교 신용보증기금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맨손」으로 전쟁터에 나온 국내 업체의 처리를 서글퍼했다.
그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 88년 2백80억원 규모로 기금을 조성, 미국 싱가포르 태국 유럽등에 진출한 화교기업들에게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업무는 대만은행 해외지점이나 계약을 맺은 화교은행들이 집행하고 있다.
저녁초대 안하면 기업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국회의원이나 새로 부임해야 얼굴을 내미는 대사관 관계자도 불만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중국진출 기업들이 한결같이 가장 어려운 문제점으로 꼽는 것은 은행대출과 내수판매 대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 이는 조선족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부도를 내도 인신구속하지 않고 벌금만 내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벌금을 낼 돈이 없으면 받아낼 방도가 없다.
한 기업인은 『중국의 유통망은 품질과 관계없이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는 뚫고 들어가기 힘들다』면서 『품질이 좋으니 우리 제품을 사라고 하면 외상으로 줄 것을 요구, 한번 주고나면 외상은 늘어만 갈뿐』이라고 말했다.
제품이 좋거나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내수시장을 쉽게 보았다가는 문닫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받은 외상값을 입금시키지 않고 횡령하거나 수금한 돈을 챙겨 도망가고 값을 깎아준뒤 차익을 챙기는 영업직원들의 농간도 여기에 한몫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중 제품의 기술과 품질, 인지도등이 높아 현금장사를 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자금회수가 의심돼 납품·수주기회를 외면하는 중소기업인이 적지 않다.
심양에서 소화기를 생산하는 부성실업(총경리 유제민)은 고문변호사를 채용, 계약조건에 하자가 없도록 계약서를 작성하고 매월 한차례씩 판매점에 나가 재고조사를 하고 미수금확인증을 받아오는 방식으로 대금회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금을 수표로 받아도 현금이 들어와야만 물건을 보내준다. 심양시 소방국산하 북릉실업과 합자한 것도 매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경동보일러가 단독투자한 경동곤로유한공사(연길) 주병호 부총경리는 『이미 지명도가 높아 1백% 현금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초창기 제품 인도시 50%, 한달후 50%를 받기로 했는데 손해보는 일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대붕전선이 합자투자한 대붕전람유한공사(총경리 이중후)는 고급품, 생산량이 적고 납기가 급한 틈새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인건비가 싸다거나 사람이 많다는 환상에서도 깨어나야 한다.
북경진우컬설팅 백홍기 총경리는 『인건비가 싸면 그 이상으로 비싼 부담이 꼭 생긴다』면서 불량품 생산율이 높아 자재낭비가 많거나 납기를 맞추지 못해 클레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총경리는 『제품특성이나 기업구조상 직원들 급료와 복리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은 경제개발구같은 집단적 개발공단에 처음부터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급, 복리수준 등이 낮을 수밖에 없어 당장 인원모집이 어려운데다 쓸만하면 일본기업 등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제 중국에도 자동화장비를 갖고 들어와야 한다』면서 『현지직원들을 아무리 믿더라도 반드시 견제와 확인을 하는등 자금·자산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지인 경영자를 구하기 어렵고 영업사원들의 능력과 열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어려움중 하나다.
북경에서 남성·여성용 피혁제품 등을 생산하는 4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가파치 전계수 총대표는 『적절한 영업책임자를 찾기 어려워 내수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회계·경리인력은 현지화했지만 현지인 총경리를 물색하려 해도 적임자 찾기 어려워 고민』이라고 덧붙였다.<북경=임웅재 기자>
◎국내기업 진출현황/요녕 등 동북3성 집중 작년말 2,876건 26억달러 규모/업종도 노동집약서 건설·전자·자동차 등 점차 대형화추세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는 78년이후 중국의 개방화정책에 따른 세제상 우대 등 투자환경 개선과 92년 8월 양국간 국교수립의 영향으로 대폭 증가해 왔다.
광대한 잠재적 시장과 지리적 인접성, 언어가 통하는 재중동포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지역별로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중국정부가 한국기업 투자유치지역으로 지정한 산동성과 천진시 등 발해만 지역, 재중동포가 밀집돼 있는 동북3성(요녕·길림·흑룡강성)중 특히 요녕성이 각광받는 투자지역이다.
동북3성에 대한 투자(허가기준)는 건수기준 39%, 투자금액기준 20% 수준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투자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편이다. 투자업종도 의류·섬유, 신발등 경공업과 음식·유흥업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 재벌 계열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하얼빈의 태일정밀(컴퓨터부품), 연길의 갑을방직(섬유), 심양의 대붕전선(케이블) 광전자그룹(반도체)과 부성실업(소화기), 천진의 코리아나와 상영무역(가발), 북경의 경동보일러(보일러) 등 중견기업도 만만찮은 실력을 발휘하며 탄탄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투자(실제 투자기준)는 2천8백76건, 26억6천만달러로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대상국 가운데 건수로는 1위, 투자액은 미국(40억5천만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96년 한햇동안은 건수와 금액면에서 모두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투자금액의 80% 가량을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고 점차 건설, 무역, 운수보관업등 비제조분야로도 투자가 확대
되는 추세다. 투자패턴도 저임금·수출 지향형에서 내수지향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제조업중에서는 자동차부품, 전자, 화학, 시멘트, 기계등 일부 자본·기술집약적인 업종을 제외하면 섬유, 의복, 신발, 가죽 등 단순노동집약적인 업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한계산업의 중국 이전이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정부도 단순조립형 산업분야와 연해지방에 대한 투자우대 조치를 줄이는 대신 중화학분야와 중서부 내륙지역 투자에 대한 상대적 우대조치를 부여해 나갈 전망이다. 지난해말까지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투자는 총 1천7백72억달러에 이른다.
한편 정부는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여력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연간 8억달러정도씩 중국에 투자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철강, 기계, 시멘트, 전자부품 등의 분야로 투자가 확대되면서 투자규모도 대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5년 우리 기업의 대중 평균투자규모는 1건당 75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백14만달러로 급증했다.
정부는 이와함께 홍콩의 중국 반환이후 유통, 금융, 보험, 운수업 등 서비스분야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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