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회사들의 사망률ㆍ사업비 부풀리기는 어린이보험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어린이는 사망률이 낮아 보험료가 낮은데다 사업비도 적다. 사망률과 사업비를 부풀려 보험료를 올려도 어른을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에 비해 저렴하다고 믿게 된다. 생보사들은 지난 2001년부터 올 2월까지 어린이보험 한 상품을 팔아 총 15조3,614억원의 보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위험률 8,600억원, 사업비 1조120억원 등으로 총 1조8,000억여원의 보험료 차익을 챙겼다. 미국 메트라이프사가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과 배당금을 지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거듭된 할증으로 사망률 60~70%나 부풀려=보험료 계산의 토대가 되는 ‘경험생명표’는 실제 사망률에 ‘기본 할증’과 ‘보정’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할증된 표준 사망률에 생보사들은 자율적으로 추가 할증을 더한다. 생보사 한 곳은 ‘무배당 다이렉트 어린이보험’ 남자 0세의 사망률(위험률)을 10만명당 610명으로 정해 보험료를 계산했다. 그러나 과거 보험에 가입했던 남자 0세의 실제 사망률은 10만명당 314명이다. 경험생명표에서 9.6%를 할증해 사망률을 10만명당 344명으로 만들고 생보사가 여기에 77%를 얹어 610명으로 부풀렸다. 실제 사망률보다 94.3%나 높아졌다. 따라서 가입자는 자신의 실제 위험보다 두 배나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 1만원짜리 보험을 1만9,430원에 구입하는 것과 같다. 이 상품은 10세 사망률도 29명으로 계산해 실제 사망률 18명보다 61% 높였다. 20세도 생명표가 12.7% 할증한 것에 추가로 58.7%를 더해 80%를 할증했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20세 사망률을 10만명당 106명으로 계산, 실제 위험률 59명보다 80% 높였다. 생명표가 0세ㆍ10세ㆍ20세의 위험률을 37% 할증했지만 생보사는 다시 60.7%를 더했다. 사망률의 상승은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된다. ◇사업비도 뻥튀기=경험생명표는 0세부터 20세까지의 사망률을 남자는 31.3%, 여자는 45.3% 할증했다. 여기다 생보사들은 자율적으로 60%가량을 더 얹었다. 사망률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생보사는 두 배가 넘는 보험료를 받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예정사업비도 부풀렸다. 2001년 이후 올 2월까지 4조479억원의 사업비를 거둬 3조360억원만 비용으로 썼다. 전체의 25%인 1조120억원을 차익으로 남겼다. 순수보장성 어린이보험은 예정사업비가 보험료의 38.4%다. 생보 상품 평균 15%의 두 배가 넘는다. 일반 어린이보험도 보험료의 25%를 사업비로 부가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생보사들의 보험료는 시장경쟁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해진다”며 “보험사가 보험료를 비싸게 받으면 고객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엉뚱한 답변만 한다. ◇어린이가 안 걸리는 질병, 없는 질병도 보장(?)=생보사들은 어린이보험을 판매하면서 모든 질병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선전한다. 하지만 실제 보장 내역은 어린이가 걸릴 수 있는 질병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의는 “어린이보험이 보장한다는 피부암ㆍ상피내암ㆍ경계성종양 등은 24세 이하에서 발병할 가능성도 낮지만 발병해도 발견될 가능성은 없다”며 “이미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페스트ㆍ황열ㆍ두창 등도 보장내용에 포함시켜 보장이 잘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어린이들에게 발병되는 가와사키병 등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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