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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
입력2003-05-28 00:00:00
수정
2003.05.28 00:00:00
올해 예상 경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노사 관계는 점점 꼬여만 가고,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이런 때 재계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현명관 상근부회장은 “3조~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으로는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법인세와 특별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경기진작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 부회장은 특히 “(최근의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고취시키는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근원적인 처방을 촉구했다. 그는 또 “노ㆍ사ㆍ정이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노조에)기울어져 있는 게 문제”라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취임 3개월을 맞은 현 부회장을 만나 최근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보았다.
-올들어 경기침제가 지속되면서 경제성장률이 3%대로 내려 앉았지만 정부는 아직 적절한 정책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인상입니다.
▲맞습니다. 1ㆍ4분기 성장률이 3.7%로 나타났습니다만 이 마저도 건설과 수출을 제외하고는 형편 없습니다. 건설은 최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규제조치로 힘을 잃고 있습니다. 수출도 5월 들어 20일 동안 전년동기보다 9.2%가 감소했죠.
성장률 둔화는 사스나 물류대란 때문이 아니고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ㆍ4분기 이후도 비관적으로 보이는데 소비심리를 진작시켜야 할 것입니다. 특히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게 시급합니다. 근본적으로 투자 심리를 자극시킬 대책이 없으면 어렵습니다.
-부회장께서 생각하는 근본대책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요.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를 예로 들어볼까요. 기업은 투자 하고 싶은데 수도권 총량규제 때문에 못합니다. 정부 나름의 (수도권규제) 논리를 이해하지만 어떻게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습니까. 지금은 투자의욕 고취가 정책 결정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합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하는데 실효를 거둘 것으로 보십니까.
▲현재의 정책기조로는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투자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과감하게 세율과 법인세를 인하하고 특별소비세를 내려서 어려운 국면을 돌파해야 합니다. 일단 현재의 구조적 어려움을 탈출하는 것이 급합니다. 이후 여유를 갖게되면 법인세와 특소세 등을 다시 올리면 됩니다. 콜금리 인하나 추경 3조~4조원을 갖고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노사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해외에서 IR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재의 노사환경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이런 게 비일비재합니다. 노ㆍ사 특히 노동자측과 중재자인 정부측에서 어려움을 알고 허리를 졸라매는 윈윈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노동자가 약자라는 관념에 묶여 결과적으로 노사분규를 확대 재생산시키는 모습입니다. 조정자 역할을 하는 정부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게 문제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과에 대해 경제계 입장에서 평가를 내리신다면.
▲예상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며칠 전 워싱턴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는 교포와 통화를 했습니다. 대통령의 방미전까지 워싱턴의 의회와 재계, 정부 분위기는 모두 냉랭했답니다. 하지만 방미 이후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합니다. 당장의 효과는 거뒀지만 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단 점입니다. 현지에선 노 대통령의 말이 실행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개혁 정책과 관련해 정ㆍ재계간에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재계도 분명히 반성할 측면이 있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정서상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들도 투명ㆍ정도경영을 하고 신뢰받는 기업 경영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의 제도라면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자본주의 원리에 반하는 제도는 안됩니다. 출자총액제의 경우 국내 시장만 염두에 두고 도입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시대에 결코 플러스가 안됩니다.
-주력산업의 위기론을 강조하셨는데. 현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현재의 전략품목은 5~10년 이내 모두 다 퇴색할 것입니다. 그후 뭘 먹고 사느냐, 차세대 성장엔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합니다. 더도 말고 10개만 전략품목으로 정해서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세계에서 1위로 만든다는 비전을 정해서 민관이 일심동체가 돼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경련이 정부를 향해 정책 건의만 하지말고 보다 적극적인 씽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맞습니다. 지금까지 전경련은 과거의 타성에 젖어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부에 건의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경쟁력 강화는 기업 스스로 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업종과 품목을 고부가가치화하는 게 품목을 새로 키우는 것보다 쉽습니다. 지금은 기술 융합의 시대입니다. 전자와 환경기술, 재료공학을 융합시키는게 한 예가 되겠죠. 이것이 바로 크러스터입니다. 이는 전경련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막 시작한 이업종 포럼이 대표적 예입니다. 자동차 크러스터를 먼저 시작했는데 앞으로 철강, 화학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중국 공략을 위해 차이나 포럼을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합적으로 중국문제를 연구하는 곳이 없습니다. 중국문제 연구소를 만들려고 합니다. 과도기로 1년 정도 포럼 형태로 운영한 뒤 연구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경련 산하로 운영한 뒤 사단법인 형태로 독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경련 올4대 사업방향]`e-KOREA` 추진 IT경쟁력 확충 모범기업상 제정 윤리경영 역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운영방향은 재계가 지향하고 있는 경영 기조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전경련이 올해 사업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은 크게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환경 개선=기업들이 5~10년 후에도 먹고 살 수 있는 신수종산업과 주요 핵심전략산업의 경쟁력강화 포럼을 구성한다. 이를 위해 업종별 경쟁력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사분규를 없애기 위해 산업평화선언을 전개하고, `e-KOREA` 종합 프로젝트를 추진해 IT부분의 경쟁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윤리경영 프로그램=윤리헌장을 제정한 기업을 대폭 확대하고, 기업윤리평가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윤리 모범기업(인)상을 제정했다. 청소년들에게 시장경제를 습득시켜주기 위해`JA-Korea`프로그램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회공헌사업을 확대 실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글로벌 민간경제협력=동북아 경제중심국가의 실현을 위한 부문별 추진과제를 발굴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경제 IR`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중국과의 경협을 확대하기 위해 `한ㆍ중 재계회의`의 구성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ㆍ일본 등과의 무역 확대를 위해 FTA에 관한 긍정적 인식을 갖도록 홍보해 나갈 예정이다.
◇경제계 구심체 역할 수행=전경련이 회원사와의 합일된 운영을 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및 주요그룹 경제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여타 경제단체 및 회원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현 부회장 주요발언]"주력산업 앞으로 3~5녀이 중요 전경련은 아메바같은 조직돼야"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부임후 석달 동안 적지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경제계의 위기의식을 환기시켰고, 정부의 재벌 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재계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며 `재계의 입`역할을 무난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후 발언들을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전경련이 취해온 행보를 알아본다.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한 왜곡된 시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변모하는 게 중요하다.”(2월21일 전경련 회관, 부회장 내정자 자격 기자회견)
▲“앞으로 3∼5년이 가장 중요하다. 반도체, 통신 등 우리의 주력업종이 그때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시점이 됐다.” -향후 3~5년은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시기라며 (2월28일 임시총회 취임사)
▲“전경련은 아메바 같은 조직이 돼야 한다.” -전경련은 스피디하고 변화에 능동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2월28일 취임식후 기자회견)
▲“6개월 동안이라도 무분규가 필요하다. 노ㆍ사ㆍ정간에 산업평화선언이 필요하다.” (3월19일, 신라호텔 상근부회장회의)
▲“성장시대를 이끈 관료들의 의식이 기업의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 관료들의 타성에 젖은 정책을 비판하며 (3월24일, 서울 태평로클럽 기자간담회)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20∼30%고 나머지 70∼80%는 기업의 몫이다.” (3월24일, 태평로클럽 기자간담회)
▲“우리는 착각을 하고 있다. 지금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는 저금리, 구조조정에 따른 당연한 이익이다. 상품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글로벌 경쟁력 부족이 원인이다.” (4월3일, 경제5단체 회장단 회의 이후)
<정리=김영기기자,사진=이호재 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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