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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강제화 직원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 꽃이 폈다. 지난 4월말에 야심차게 선보인 신사화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의 반응이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1만2,000켤레가 팔려 나가며 초도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다. 당초 예상한 월 판매량 5,000켤레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지난주부터 급히 추가 생산에 돌입했다. 이 신발은 내피 뿐 아니라 펀칭(구멍) 처리한 밑창에도 고어텍스 멤브레인 소재를 사용해 통기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제화업계 맏형인 금강제화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금강제화가 처음으로 신사화에 기능성 소재 고어텍스를 접목한 '고어텍스 서라운드'를 앞세워 구두 명가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 것.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가 대박을 터뜨리자 지난달 초 출시한 '랜드로바 고어텍스 서라운드'도 덩달아 인기 몰이 중이다. 하루 생산량을 3배까지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능성 신발이 투박한 데 반해 이 제품은 비즈니스룩에도 세련되게 매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색상에 신경 써 직장인들한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금강제화는 최근 수년간 정체기였다. 해외 수입 브랜드가 쏟아지고 제화시장이 쉽사리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 5년간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는 역신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와신상담 끝에 빅히트 제품인 고어텍스 서라운드를 내놓는 등 신발 끈을 다시 동여 매기 시작했다.
비주력인 여성화 시장에서도 칼을 빼들었다. 금강제화는 4월 초 서울 강남점·명동점에 여성신발 편집매장 '비제바노'를 오픈했다. 고급스러운 나만의 신발을 원하는 여성을 겨냥했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선언한 것이다. 회사 측은 "외피, 내피, 솔, 힐(구두 굽)등의 컬러와 소재를 비롯해 무늬와 장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 취향에 따라 상시 제작이 가능한 주문제작 서비스 '비제바노 꾸뛰르'가 출시 초반임에도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경력 15∼35년을 자랑하는 구두 장인 70명의 손수 제작에서 비롯되는 신뢰감이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강제화의 반격은 신발 편집매장 '레스모아'와 잡화브랜드 '브루노말리'에서도 진행중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이 사업들은 이제 매출 한 축을 굳건히 담당하는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외 유명 신발 브랜드 40여개를 한 자리에 모아 판매하는 레스모아는 독점 상품 단독 판매 혹은 운동화 세탁·포장·택배 등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를 앞세워 꾸준히 세를 키워가고 있다. 레스모아는 지난해 전국 69개 매장에서 1,133억 매출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라이선스 브랜드인 브루노말리는 2010년 론칭 이후 3년 만에 700억 매출을 올리며 불황에도 금강제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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