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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국가신인도 상향안팎] "아직 갈길멀다"
입력1999-01-26 00:00:00
수정
1999.01.26 00:00:00
【뉴욕=김인영 특파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투자 적격」으로 올려주었다고 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아직 한국의 신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신인도는 97년 10월에 S&P 기준으로 「A-」로, 지금의 「BBB-」보다 4등급이 높았다. 한 등급 더올라 투자등급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환란 전의 수준으로 가려면 머나먼 여정이 남아 있다.
신인도는 내려갈 땐 순식간이지만 올라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또 국제금융시장에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사가 여전히 한국을 「투자 부적격(정크 본드)」으로 놓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S&P는 한국 정부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의 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그 이유로 한국 정부의 정세 위기 대응능력, 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한 한국민의 광범위한 지지, 대외 채무 개선 등을 꼽았다. 특히 한국 국민들이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보로 보관하고 있던 금을 내놓은 점에 크게 감명받았다는 표현을 썼다.
S&P는 그러나 한국경제에 신용등급을 다시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있음을 분명히 지적했다. 금융부문 개혁이 아직 미흡하고 재벌의 구조조정이 더디다는 것이 바로 그점이다.
S&P는 97년 8월 기준으로 한국 금융기관이 부실 여신을 해소하려면 한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20%, 즉 84조원을 필요로 했지만 정부는 41조원밖에 투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P는 신용경색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투입하지 않은 바람에 더 많은 돈(120조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적에 따르자면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거나 장래의 세금을 담보로 빚을 얻어(채권 발행)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2~3배의 많은 돈을 조달, 금융기관에 지원해야 한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S&P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재벌들은 여전히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으며 수익은 적고 정부 등 외부의 힘에 의존해 근근히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현실을 주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국제경제의 불안 요소는 간신히 진입한 한국의 투자등급 상태를 위협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핵심 멤버인 브라질 레알화는 25일에도 4%나 절하돼 몇주사이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도 불구, 이머징 마켓의 채권가격은 브라질 사태로 이날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가능성, 일본 경기침체 등도 악재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S&P는 이 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아시아 국가에 평가절하가 있을 경우 신용등급의 추가적인 상승은 상당히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S&P의 신용평가로 한국은 국제시장에서 과거와 다른 대접을 받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자금이 몰려있는 뉴욕 월가의 기관투자가들은 한국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월가의 대부분 투자기관들은 투자부적격 등급의 유가증권을 사지 않는다는 내규를 정해놓고 있다.
아무리 펀더멘털이 튼튼한 국가나 기업도 정크 본드 상태에서는 국제시장에서 자본을 유치하기 어렵다. 이날 하루만에 뉴욕 채권시장에서 한국 외평채 가산금리가 0.5%포인트 폭락한 것도 투자자들이 한국물에 몰리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또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선진국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월가 은행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투자 적격으로 올라서면 크레딧 라인(신용한도)을 개설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는데 앞으로 은행을 통한 외화 회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IMF 자금을 갚아야 하며 금융기관들도 지난해 뉴욕 외채협상을 통해 만기연장한 단기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고리의 외화자금을 저리의 자금으로 전환하려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더 올라가야 한다. S&P는 여당과 야당의 협조, 국민들의 지속적인 개혁 지지, 남북관계 등이 한국의 신용 추가 조정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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