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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 언제 튈까” 재계 초긴장/기아 부도방지협약 적용 각계반응
입력1997-07-16 00:00:00
수정
1997.07.16 00:00:00
◎청와대“수습,시장원리에 맡길 수 밖에…”/재경원파급효과 엄청나 조속매듭이 최선/주거래 제일은“한보에 기아까지” 망연자실/기아 사장단도 미처 몰라 “이럴수가…” 충격올들어 기아그룹의 주요 일지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루머에 말려들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보 부도의 여파가 재계를 휩쓸던 올초에도 기아그룹은 르노자동차 벨기에공장 인수를 추진하는 등 여유를 갖고 있었다. 올 2월에는 인도네시아 국민차공장이 착공되는 등 기아자동차는 국내외에서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의 자동차산업구조조정 보고서 파문을 전후해 삼성이 기산주식을 매집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설이 돌면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기아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기아그룹은 6월말부터 7월초까지 연속적인 자구노력을 제시했다. 김선홍 회장이 강경식 부총리를 만나 정부지원을 요청했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회사에 일임하기도 했다. 부동산매각을 포함해 대규모 감원, 감량경영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태 악화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의 자동차진출에 위협을 느낀 현대그룹도 기아발행 사모사채를 인수해주는 방법으로 기아를 지원하고 나섰지만 기아는 결국 부도방지협약 적용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청와대는 기아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권의 부도방지협약 적용소식을 접하고 『이미 몇달전부터 예상돼 온 일이며 기업 구조조정의 한 과정으로 본다』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수습책에 대해 『시장원리를 지키는 도리밖에 없지 않느냐』는 원칙론을 개진.
경제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관심을 끌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피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해 『기아자동차는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기아특수강 등 계열사들이 문제』라며 『결국 모기업이 살기위해서는 팔다리를 잘라야 하는 자구노력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언급.
청와대는 『기아그룹 자금난의 뿌리는 결국 기업 자체의 과잉투자지만 제2금융권의 급격한 자금회수 움직임도 한몫을 했다』며 『제2금융권은 스스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셈』이라고 평가.
▷재경원◁
재경원 금융정책실은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 무엇보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경영 악화를 우려.
한 관계자는 『며칠전부터 계속 체크를 해왔으며 외환보유고가 늘고 있어 제일은행의 대외지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아직 한은특융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며 우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
이 관계자는 『김선홍회장의 확장위주 경영에다 정부가 대기업이 쓰러지는 것을 방관하겠느냐는 그릇된 인식이 겹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
다른 관계자는 『공개매수 및 제3자 인수문제가 향후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하청사가 5천여개에 달해 파급효과가 엄청나 조속한 시일내에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라고 진단.
한편 기아는 계열사 임원의 지분이 0.4%에 불과해 채권금융기관이 사후처리문제의 주도권을 쥘 전망이나 일각에선 포드와 마쓰다의 지분이 각각 9.4%, 7.5%에 달해 이들 합작외국회사의 의중도 상당히 작용할 것으로 판단.
▷통산부◁
통상산업부는 15일 아침 재정경제원으로부터 기아의 부도방지협약 지정소식을 듣고 즉각 경위파악에 착수하는 등 분주한 모습.
통산부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정부가 개입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아래 당분간 은행권과 기아측의 협상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자세.
김균섭 기초공업국장은 『부도방지협약이 가능한한 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만큼 금융기관들과 기아측이 긴밀하게 협의를 할 것으로 안다』며 『아직 정부가 움직일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
▷재계◁
재계 8위의 거목인 기아그룹마저 부도위기에 몰리자 재계는 『우리에게도 언제 이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앞으로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특히 기아의 몰락이 국제신용도 추락, 시중 자금경색 등 기업경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까지 이 지경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는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무엇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중 자금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또 이번 사태는 「기아」라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기업 전체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주창해 왔던 「고금리=기업의 문제」라는 일방적인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특혜시비에 연연하지 말고 구조조정자금을 투입, 국민기업이라는 성격이 강한 기아를 살리는데 온 국민의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은◁
기아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올해들어 한보, 삼미특수강의 부도에 이어 또다시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의 적용을 받게되자 돌연 경악하는 분위기.
부실은행의 이미지를 벗고 다시 태어난다는 기분으로 업무에 임하던 은행 직원들은 기아그룹의 부도방지협약 적용을 사내방송을 통해 전해듣고 잠시 펜을 놓고 창밖에 내리는 장마비에 흠뻑 젖은 표정. 여신담당부서가 있는 제일은행 9층은 아침부터 기아그룹에 대한 자료를 챙기느라 큰소리가 오고가는 등 매우 분주한 모습. 여신담당임원들도 일제히 자리를 비우고 온종일 회의를 거듭하기도.
▷기아◁
사장단조차 사전에 모른채 15일 전격적으로 부도방지협약 대상 기업으로 지정된 기아그룹은 큰 충격 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직원들은 앞으로 그룹이 어떻게 방향을 잡아 나갈 것인지에 대해 불안해 하며 일손을 놓은 채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정보를 교환하기도.
경영진들은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 하오 5시게부터는 그룹의 원로라 할 수 있는 고문들이 여의도 본사 11층 회의실에서 전직원의 출입을 통제한 채 대책을 숙의. 특히 기아자동차는 대주주인 포드자동차측에 대책을 문의하기도. 이와 관련, 포드자동차 경영진들이 조만간 기아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
기아의 경영위기에 대해 현대와 대우, LG 등 주요그룹들은 『설마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며 기아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그룹 관계자들은 지원방침 배경에 대해 『적대적 M&A의 선례를 남기게 될 경우 외국기업들이 이같은 사례를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들 그룹의 기아살리기가 삼성 견제차원이 큰 것으로 분석.<정경·산업부>
□기아사태 주요일지
▲97. 4.15 삼성화재, 생명, 증권 등 삼성계열사 기산주식 70만주 매집
▲6.8 기아자동차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보고서 관련 삼성자동차 고발
▲6.18 삼성 그룹, 기산주식 25만주 매각
▲6.24 김선홍회장, 강경식부총리 면담, 정부지원 요청
▲6.25 기아그룹 자구책 발표, 28개 계열사 20개 축소, 기산 목동사옥 매각 발표 및 차장급이상 간부 사표 제출
▲6.26 기아그룹 호텔롯데서 은행 종금사 대상 경영설명회 개최
▲6.27 자구책 추가발표(그룹 인원 3천2백50명 감축, 경직성 경비 5천7백80억원 절감)
▲7. 3 아시아 자동차 노사 1천4백47명 감원 합의
▲7.7 제일은행, 10개 은행단에 5천7백억원 공동 지원 요청
▲7.10 기아그룹 노조 임금인상 회사에 일임 발표
▲7.11 기아자동차 조직개편, 인력재배치 등 경영혁신안 발표
▲7.14 현대 기아자동차 발행 사모사채 5백억원 인수
▲7.15 기아그룹 부도방지협약 적용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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